2020년 10월 22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학에서 열린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맞붙은 조 바이든(왼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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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조 바이든(81)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 호조세인 경제 지표, 낙태권 이슈 등이 강점으로 꼽히는 반면 나이가 최대 약점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화당 후보로 4년 만에 그와 재대결할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을 두고는 “4년 전 재임 때 겪은 혼란을 쉽게 잊어버린 미 유권자들의 단기 기억력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대신 약점은 트럼프 재임 당시 실제 경제 성적표가 바이든 현 대통령보다 못하다는 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9일 미 워싱턴 DC 종합 컨설팅사 DGA에서 대관(對官) 로비스트로 일하는 샌더 루리 파트너와 존 러셀 파트너를 인터뷰해 대선 후보로서 바이든과 트럼프의 강점(Strength)ㆍ약점(Weakness)ㆍ기회(Opportunity)ㆍ위협(Threat) 등 SWOT 분석을 진행했다. 루리 파트너는 “오는 27일 있을 첫 대선 후보 TV 토론은 바이든이 1시간 반 동안 싸울 수 있는 에너지를 보여줄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거꾸로 불안감만 키울 것”이라고 했고, 러셀 파트너는 “트럼프에게 형사재판 이슈는 지지층 결집의 기회이자 리스크 역시 있다는 점에서 위협요인”이라고 말했다.
데비 스타베나우 상원의원 보좌관 등 민주당ㆍ상원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루리와 데니스 해스터트 전 하원의장 보좌관 출신으로 공화당ㆍ하원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러셀은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선정한 ‘2023년 최고의 로비스트’로 뽑혔을 만큼 폭넓은 정치권 네트워크와 정보력을 가진 전문 로비스트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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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박빙 싸움…경합주 갈수록 줄어”
대선 판세와 관련해 루리와 러셀 모두 “2020년 대선 때보다 훨씬 치열한 박빙 싸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루리는 “(대선 승부를 결정지을 6개 스윙스테이트ㆍ경합주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조지아ㆍ애리조나ㆍ네바다 등 이른바 남부 ‘선벨트’를 이기는 것은 힘든 도전이 될 것”이라며 “바이든은 최소한 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ㆍ위스콘신 3곳과 네브래스카를 이겨야 선거인단(전체 538명) 270 대 268로 아슬아슬하게나마 승산이 있다”고 했다. 러셀은 “한때 스윙스테이트로 불린 노스캐롤라이나는 그저 공화당 강세인 지역일 뿐이고 애리조나ㆍ조지아 역시 공화당 땅으로 거의 기운 듯하다”며 “승부의 추가 그네처럼 기운다는 의미의 스윙스테이트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 DC 종합 컨설팅사 DGA에서 대관(對官) 로비스트로 일하는 샌더 루리(오른쪽) 파트너와 존 러셀 파트너가 중앙일보와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당직자 출신으로 미 의회에서 잔뼈가 굵은 두 사람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점(Strength)ㆍ약점(Weakness)ㆍ기회(Opportunity)ㆍ위협(Threat) 등 SWOT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워싱턴=조셉 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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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바이든과 트럼프를 각각 SWOT 분석한다면.
A : (루리)“바이든의 약점부터 말하면 대통령 지지율이 40% 선에 그치고 있다는 점, 많은 미국인들이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경제는 트럼프가 더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 등이다. 여기에 바이든의 나이 문제는 그가 4년 임기를 한 번 더 수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반면 강점으로는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 외관상 좋은 경제 성적표, 그리고 트럼프와 비교해 우위를 점하는 낙태권 이슈 등이다. 첫 TV 토론은 바이든이 건강하고 누군가와 1시간 반 동안 토론할 수 있을 만큼 젊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줄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A : (러셀)“트럼프의 가장 큰 강점은 미국인의 단기 기억력이다. 사람들은 4년 전 트럼프 재임 당시 겪은 많은 갈등을 잊은 것 같다. 또 트럼프 행정부 시절 지금보다 더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 수치는 그와 다른데도 말이다. 경제 성적이 좋지 않다는 건 약점 중 하나다. 트럼프의 사법 이슈는 기회이자 위협요인이다. 유죄 평결은 트럼프에게 지지층을 뭉치게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중범죄자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다는 것은 솔직히 ‘미지의 영역’이다. 트럼프에겐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바이든, 나이 문제가 킬러”
Q : 바이든의 고령리스크와 트럼프의 사법리스크 중 어느 것이 파괴력이 더 클까.
A : (루리)“트럼프를 지지하는 미 유권자의 45%는 그가 유죄 평결을 받는다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의 나이가 더 큰 문제다.” A : (러셀)“나이가 킬러다. 바이든은 국정 지도자로선 꽤 성공적인 4년을 보냈다.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공급망 회복 등 성적표는 꽤 좋다. 그러나 그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메시지’가 문제가 아니라 ‘메신저’의 잘못이다. 바이든은 사후에 정말 친절했고 관대했던 사람으로 추앙받지만 정작 ‘위대한 대통령’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과 너무나 닮았다.”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 DC 종합 컨설팅사 DGA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샌더 루리 파트너. 워싱턴=조셉 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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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유권자 표심을 결정할 가장 큰 요인은 뭐가 될까.
A : (러셀)“경제, 그리고 여성 낙태권 이슈가 중요해질 것이다. 둘 중 개인적으로는 낙태권 이슈가 엄청나게 중요해질 거라고 본다.” A : (루리)“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가 공화당 분열 이슈가 됐듯 하마스와 싸우는 이스라엘 지원 문제가 민주당 지지층 분열 이슈가 됐다. 젊은 층과 유색 인종의 민심 이반이 뚜렷하다. 바이든이 극복해야 할 중요 과제가 됐다.”
Q : 대선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이는 스윙스테이트 표심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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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TV토론 ‘개싸움’ 만들 것”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 DC 종합 컨설팅사 DGA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존 러셀 파트너. 워싱턴=조셉 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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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6월 27일과 9월 10일 있을 양자 TV 토론은 어떻게 예상하나.
A : (루리)“트럼프는 토론 흐름을 방해하고 공격하는 데 능숙하다. 바이든은 90분간 공격적인 질문을 받아도 버티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잘해낸다면 나이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불안감이 커질 것이다.” A : (러셀)“바이든은 속된 말로 ‘개싸움’이라고 부를 만큼 치열한 싸움에서 투사가 돼야 한다. 트럼프는 ‘졸린 조’(sleepy Joe)라고 부르며 아마도 ‘무슨 약을 복용하고 있느냐’ 등 자극적인 질문을 던질 것이다. 바이든이 트럼프의 펀치에 비틀거리고 회복하지 못한다면 트럼프 지지를 강화할 것이다.”
Q : 대선 결과가 한ㆍ미동맹과 미국의 대북 정책에 미칠 영향은.
A : (루리)“바이든 재선 시 그의 대북 정책에서 현상 유지 외에는 떠올릴 수 있는 게 없다. 트럼프 재집권 시 북한 김정은에게 비핵화를 위해 뭔가 제안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김정은의 핵 야망을 포기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은 것은 어렵다고 본다.” A : (러셀)“트럼프는 방위비 분담 등 한국의 지출이 자신의 기준에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하며 협상을 하려 할 것이다. 또 자신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트럼프는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에 모종의 제의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워싱턴 DC 종합 컨설팅사 DGA에서 대관(對官) 로비스트로 일하는 샌더 루리(오른쪽) 파트너와 존 러셀(가운데) 파트너가 지난달 29일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과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당직자 출신으로 미 의회에서 잔뼈가 굵은 두 사람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점(Strength)ㆍ약점(Weakness)ㆍ기회(Opportunity)ㆍ위협(Threat) 등 SWOT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워싱턴=조셉 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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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ㆍ하원 선거는 어떻게 전망하나.
A : (러셀)=“오늘 당장 선거일이라면 현재 민주당이 간신히 과반을 유지하고 있는 상원 구조는 뒤집힌다고 본다.” A : (루리)=“동의한다.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원 선거 역시 민주당 강세 지역이 일부 흔들리며 위험해지고 있다.”
Q :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민주주의의 후퇴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 결국 바이든을 더 많이 찍을 것’이라고 보는 바이든 캠프 전망에 동의하나.
A : (루리)“무당파나 부동층은 투표일이 임박하면 자신이 과거 투표했던 쪽으로 다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바이든 캠프는 그 점을 노리겠지만 그 효과가 바이든을 정상에 올려놓기에 충분할지는 잘 모르겠다. 트럼프가 가진 많은 결점을 미 유권자가 그냥 용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에서 올해는 다른 것 같다.”
Q :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는 누가 유력한가.
A : (러셀)=“내 생각으로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와 팀 스콧 상원의원(공화당)이 가장 유력하다.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공화당)은 다크호스다. 트럼프는 누구도 자신을 능가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부통령은 그를 돕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 ☞샌더 루리, 존 러셀
미국 워싱턴 DC의 종합 컨설팅기업 DGA에서 일하는 대관(對官) 로비스트. 미국에서 로비 활동은 법적으로 제도화돼 있으며 로비스트들은 공개적으로 대(對)정부, 대(對)의회 로비 활동을 벌인다. 루리는 프랭크 로텐버그 전 상원의원(민주당) 보좌관을 지내는 등 민주당에서 잔뼈가 굵고 상원을 포함한 미 의회에서 30년 이상 일한 ‘의회통’이다. 톰 데이비스 전 공화당 전국위원장 보좌관 등으로 근무했던 러셀은 공화당 인맥이 두텁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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