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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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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사건 피해자 “발언하더라도 직접 하겠다…유튜브 내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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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유튜버 '판슥'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로부터 직접 사건 판결문을 전달받았다고 주장하며 판결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유튜브 '판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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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튜브 채널이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벌어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로부터 직접 전달받았다며 판결문과 통화 음성을 게재했다. 피해자 측은 동의 없이 영상을 올렸다며 삭제를 요청했다.

이른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한 곳인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피해자의 여동생 A씨는 9일 새벽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직접 글을 올렸다.

A씨는 “유튜버 ‘판슥’ 영상에 올라온 통화 내용은 피해자 당사자가 맞다”며 “하지만 피해자는 현재 판단 능력이 부족하고 지적장애가 있다”고 했다. 이어 “2004년에는 장애 검사를 받지 않았었고, 그런 검사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피해자와 의논해 이 글을 적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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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측이 유튜버 '판슥'에게 영상 삭제를 지속해서 요청하는 메시지. /보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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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판슥’은 지난 8일 밀양 사건 피해자와 직접 통화했다며 피해자 음성과 판결문을 공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에 피해자 측은 해당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했으나 영상 속 통화 음성 부분만 삭제됐다. 또 그 과정에서 채널 운영자와 통화한 내용을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두 번째 영상에 담았다는 게 피해자 측 설명이다.

A씨는 “유튜버 ‘판슥’은 7개월 전 피해자가 연락했을 당시 본인 휴대전화 자동 녹음 기능으로 녹음한 걸 이제와서야 피해자 동의 없이 영상을 올렸다”며 “피해자는 영상통화로 본인 인증을 한 것, 힘들다고 한 것 등 일부만 기억이 난다고 했다”고 했다. 피해자가 직접 요청 시 ‘판슥’은 영상을 삭제하겠다고 했기에 A씨는 지속해서 유튜버 측에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그러나 ‘판슥’은 “의령 경찰서에서 1인 시위를 하고, (가해자가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밥집에 찾아간 것 때문에 고소당했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피해자 본인은 지금은 기억도 하지 못하는 유튜브 영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며 “’판슥’은 음성변조를 했다면 조작이라고 말이 많았을 거라고 하지만, 피해자보다 여론이 더 중요하냐”고 되물었다. 그는 “판결문 공개도 원하지 않고 정보로 쓰지 말라고 요청했으며, 두 번째 영상 속 통화녹음은 피해자인 척 여동생인 제가 통화한 것”이라며 “발언하더라도 직접 하겠다. ‘판슥’은 모든 영상에서 이 일을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에 ‘판슥’은 죄송하다면서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1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동생이 작성한 글을 보게 됐다”며 “저에게 새벽 늦은 시간에 수차례 전화하며 영상통화, 신분증, 판결문까지 인증해 주면서 가해자들을 응징해달라고 했던 피해자의 행동과는 다른 점이 의문이었다”고 했다.

‘판슥’은 “영상을 수정했음에도 글을 작성한 걸 보고 억울한 점도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피해자가 정말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해당 영상을 계속 올려놓는 것이 피해자를 힘들게 한다는 생각에 관련 영상들을 모두 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령 경찰서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포지션으로 돌아가 44명의 가해자를 끝까지 응징하겠다”고 했다.

앞서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 1일부터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이라며 개인 신상 정보가 담긴 영상을 공개했고, 피해자 쪽 동의를 구했다고 밝혔으나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피해자는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를 질문받은 바도 없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나락보관소’는 7일 “피해자분들의 간곡한 요청이 있어 밀양 관련 영상을 전부 내린다”고 했다. 그러나 하루 만인 8일 신상 정보가 담긴 영상을 다시 올리기 시작했다. 피해자 여동생이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피해자 남동생은 공론화하는 것이 맞는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이유였다. ‘나락보관소’는 “피해자분들의 연락을 간곡히 기다린다”며 새로운 영상을 지속해서 올리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상담소와 피해자 쪽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지도, 경청하지도, 반영하지도 않았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다”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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