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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남북, 이틀째 확성기 방송 송출 안해…긴장 국면 소강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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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메시지 수위도 조절하는 듯

북, 북·러 정상회담 고려했을 수도

‘강 대 강’ 대치 우려는 여전

경향신문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9일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즉각 시행하는 상황에 대비하여 전방지역에서 확성기 이동 및 설치, 운용절차 숙달 등 일명 ‘자유의 메아리 훈련’을 최근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훈련 현장에 도착한 기동형 확성기의 운영을 최종 점검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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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11일 접경지역에서 서로를 겨냥한 확성기 방송을 송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의 잇단 대남풍선 살포와 정부의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및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으로 고조된 긴장이 소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다만 대북전단 살포와 군사분계선 일대 군사훈련 등 남북 간 충돌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내보내지 않았다. 지난 9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하고 2시간 동안 송출한 뒤,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 연속 방송을 중단한 것이다. 북한도 전날 대남 확성기 방송 장비를 설치하는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이날까지 실제 방송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이 상대를 향한 메시지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군 일부가 지난 9일 비무장지대에서 작업을 하던 중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사실을 공개했다. 군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하자 북한군은 물러났다고 합참은 전했다. 합참은 “비무장지대는 수풀이 우거져 있고 군사분계선 표식이 잘 보이지 않는다”라며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침범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여러 정보를 통해 단순 침범이라고 평가한 것”이라며 “국민께서 불안하지 않도록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보도하는 것은 자제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이 긴장 고조의 빌미로 작용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미가 전날 제3차 핵협의그룹(NCG)를 개최한 뒤 발표한 공동언론성명에는 북한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지난해 개최한 1·2차 회의 후 발표한 공동언론성명에서 “북한이 핵 공격을 한다면 ‘북한 정권’,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과 대비된다. 이번 NCG 회의 개최만으로도 북한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상황에서 한·미가 상황 관리를 위해 기존보다 대북 메시지 수위를 낮춘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9일 내놓은 담화에서 향후 ‘새로운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남측이) 삐라(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 추가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부부장의 담화는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하면서 사안을 일단락하려는 것”이라며 “만약 확전 의지가 있었다면 이런 내용의 담화가 아니라 곧바로 도발을 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확성기 방송을 통해 굳이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그럴 명분도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런 행보는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러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언론은 지난 10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몇 주 내 북한과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지면 2000년 이후 24년 만이다.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우려가 커진다면 푸틴 대통령이 방북에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남북 관계가 ‘강 대 강’ 대치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남측 탈북민단체 등이 대북전단을 다시 살포한다면, 북한도 대남풍선이나 다른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남북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면 정지하면서 군사분계선과 서북도서 일대에서 군사훈련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우발적 충돌이 국지전으로 비화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1999년과 2002년 1·2차 연평해전, 2009년 대청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한국군 총 54명이 전사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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