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의회 선거서 극우파 약진
생계비 위기 원인을 이민자로 돌려
코로나 봉쇄령에 기존 정치인에 반발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마리 르펜(왼쪽 두번째) 당수와 조르당 바르델라(오른쪽) 당 대표가 24일(현지시간) 에냉보몽에서 열린 당 대회에서 국가를 부르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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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지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들이 존재감을 키우며 기성정당을 압도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유럽 정치사에서 금기에 가까웠던 ‘반(反) 이민’ 기치를 드날리며 약진한 이들 정당의 막강한 지지층은 MZ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이다. 인플레이션으로 높아진 경제적 불안감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고립감이 유럽 청년들의 우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 연합인 ‘민주주의와 정체성(ID)’ 그룹의 의석은 2019년보다 9석 늘어난 58석에 이르렀다. 강경 우파로 분류되는 ‘유럽보수와개혁‘(ECR)’ 역시 7석 늘어난 76석을 점했다.
극우 및 강경 우파의 득세의 배경에는 청년층의 열렬한 지지가 있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지난 2019년 선거보다 24~30세 유권자 사이에서의 득표율이 11%포인트 증가했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역시 전국적으로 청년층의 표 30%를 모았는데 이는 2019년에 비해 10%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선거 2주 전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와 격렬한 논란을 일으켰던 한 영상은 극우 정당을 지지한 청년층의 현실을 보여줬다. 독일의 휴양지 질트(Sylt) 섬에서 촬영된 14초 짜리 영상에는 한 무리의 독일 젊은이들이 유로 댄스 비트를 타고 로제 와인 병을 빙빙 돌리면서 “외국인 아웃(Ausländer Raus)!”라며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담겼다. 참석자 중 한명은 히틀러 콧수염을 기르고 한손으로는 나치식 경례를 하기도 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당직자와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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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공개되자 독일에서는 격렬한 공분이 있었다. 한 정치인은 파티 참석자들을 혐오발언 금지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이들에 공감하는 청년층이 선거에서 극우정당에 표를 던지며 오히려 기성 정당이 충격을 입는 결과로 이어졌다.
폴리티코는 “유럽의 MZ 세대는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가 68혁명 당시 좌파 정치를 지지했던 이들”이라며 “기성 세대와 정반대의 이상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15년 이후 거의 200만명이 유럽연합(EU)으로 유입된 이민 위기에 대한 반발과 생계비 위기, 코로나 봉쇄 기간 동안 젊은층이 겪은 고립이 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마티유 갈라드 입소스 리서치 책임자는 “프랑스 RN의 약진의 경우 마크롱 행정부의 낮은 인기와 선거 운동 과정에서 떠오른 이민 이슈가 주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2021년 국민연합에 입당해 현재 프랑스 남서부 지역 당대표를 맡고 있는 야니스 오아다는 “프랑스인들은 점점 프랑스 안에서 살 집을 구할 수 없는데 외국인들은 그곳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민자에 대한 주거 혜택이 젊은층에게 반이민 정서를 불러 있으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요구하는 주택 접근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컨설팅업체 존스랑라살에 따르면 유럽 내 민간 임대 주택의 임대료는 지난 10년간 16% 상승했다. 이미 자가를 소유한 기성세대에는 임대료 상승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사회초년생인 청년층들에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오아다는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프랑스에 범죄가 만연했다는 인식도 보였다 그는 “칼을 이용한 테러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보라. 우리는 더이상 안전하게 외출할 수 없다”면서 “정부는 프랑스인들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네덜란드의 반이민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에게 표를 던졌다는 20세 학생 반 레우벤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저는 난민을 반대하지 않지만 위기의 시기에는 우리 자신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빌더르스가 무엇을 대표하든 네덜란드가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많은 청년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집을 떠나야 할 시기에 내려진 코로나 봉쇄도 이들을 우경화 시킨 하나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몇주 만에 유럽 전역의 정부가 내린 봉쇄명령은 청년들이 기성 정치인들이 고압적이고 여론을 무시한다고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의 현식 인식이 실제 유럽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2022년 10월 10%를 넘었던 인플레이션율은 현재 2%대로 내려오며 생계비 위기는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EU 전역의 평균 실업률도 6%로 2013년 평균 실업률보다 12.2%보다 낮게 나타났다.
독일 연방 형사청 자료에 따르면 독일 내 외국인 대비 범죄 발생 건수 비율은 2015년 10%로 정점을 찍은 뒤 오히려 감소해 2020년엔 5.8%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헤인데 하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사회학과 교수는 “이민자들은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해 그 나라에 뿌리내리길 간절히 바란다”면서 “대다수는 자국민보다 더 법을 잘 준수하려고 애쓰는 사회 구성원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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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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