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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템터뷰] "무작정 차주들 만나 쓴소리 들었죠"...남경현 고고엑스코리아 대표의 '미들마일' 안착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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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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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현 고고엑스코리아 대표 /사진=고고엑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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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우버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고고엑스코리아를 시작했는데, 막상 처음 시작하니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일단 무작정 화물차주들이 있는 곳을 찾아갔는데, 플랫폼을 하겠다고 하니 다짜고짜 화부터 내시더라고요. 무언가 잘못된 지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미들마일'이라 불리는 화물운송 시장에서 10년째 고고엑스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남경현 대표의 말이다. 남경현 고고엑스코리아 대표는 지난 2014년부터 미들마일 시장 문을 두드렸고, 10년이 지난 지금, 미들마일 시장의 강자로 우뚝섰다. 설립 이후 200만건 이상의 오더를 수행하며 차주들에게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것.

10년의 내공을 쌓으며 성장한 고고엑스코리아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단순히 차주와 화주를 연결한다는 '화물 우버'를 꿈구며 사업을 시작했지만, 생태계 안의 문제를 단순히 플랫폼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사업 시작과 함께 깨달았다. 플랫폼이라는 말조차 익숙하지 않았던 10년전, 차주들에게 우리 주문을 받아달라고 얘기하면 수수료만 가져가는 '나쁜 놈' 소리가 먼저 나왔다.

"서비스도 없는 상황에서 기사들을 모집하기 위해 거리로 나가서, 만나는 기사님들과 무작정 말을 걸면서 서비스를 소개했죠. 그런데 중간에 플랫폼을 한다고 하니까 기사님들이 너무 싫어하더라고요. 싫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집중해서 들었고, 그 싫어하는 부분을 해소해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남경현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대표가 떠올랐다. 김봉진 대표도 기회를 포착한 뒤, 이를 행하기 위해 직접 전단지를 주으러 다녔다는 일화가 있다. 남경현 대표 역시 마찬가지. 기존의 고착화된 서비스에 혁신을 주기 위해서는, 실제 차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먼저였던 것이다.

남 대표가 가장 먼저 포착한 기회는 소위 '칼질'이라 불리는 미들마일 시장의 고질적 병폐였다. '칼질'이란, 예를 들어 주선사가 고객에게 3만원의 비용을 받았음에도 차주들에게 1만원을 받았다고 알린 뒤, 이 주선에 대한 수수료와 함께 남은 2만원까지 가져가는 형태를 말한다. 차주가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같은 '칼질'이 심해져 차주들의 불만이 팽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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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올리는 가격을 기사가 바로 볼 수 있도록 시스템으로 만들어서 칼질을 없앴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도 오래 걸렸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최소한의 수수료를 받고는 있지만, 처음에는 수수료도 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칼질도 없고, 수수료와 앱 사용료도 없다고 하니 시장에서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남 대표는 지난 10년간 시장으로부터 매를 엄청 많이 맞았다고 회상했다. 차주와 화주의 쓴소리를 들어가며 플랫폼을 고도화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는 시점이다. 마침 통신3사와 같은 대기업들도 일제히 이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경쟁자가 늘어난 것 같지만, 남 대표는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이 시장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우리가 10년 전에 알아봤던 그 기회를 대기업들이 이제 보기 시작했으니까요. 정보가 불투명한 시장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유통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있다는 점이 증명됐죠. 지금 화물운송 시장이 100이라면, 100을 모두 플랫폼으로 옮기자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는 점도 있으니 30% 정도만 플랫폼으로 옮겨와도 시장 파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대기업들의 진출이 위협적이진 않을까. 남 대표는 미들마일 시장이 단순히 거액의 투자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남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 겸손해야 하는 시장"이다.

"대기업들이 시장에 안착하는 과정을 버티고 견디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을 겁니다. 당장 퀵서비스만 봐도, 이미 기업에서 다 사용하고 있는 퀵서비스가 있어요. 이걸 영업으로 바꾼다? 쉽지 않습니다. 기업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일단 다른 기업이 이용한 사례(레퍼런스)가 있어야 하는데 이 사례를 쌓는 시간도 엄청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이 기간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마이너스거든요. 최소 몇 년은 적자를 보면서 버텨야 하는 사업입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였고요. 당장 1~2년, 늦어도 2~3년 안에 성과를 내야 하는 대기업 조직에서 이 기간을 기다리기 힘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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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현 고고엑스코리아 대표 /사진=고고엑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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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현 대표는 10년이라는 시간을 갈고 닦으면서 고고엑스코리아가 자기들만의 '에코 시스템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고고엑스코리아의 플랫폼을 통해 접수되는 주문이 있고, 그 주문을 받는 차주들이 있다. 그리고 B2B 영업을 통해 확보한 기업들이 있고, 그 기업들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배송 서비스까지 가능한 생태계다. 게다가 급작스럽게 변경되는 차주들의 사정까지 커버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이를 설명하는 남 대표에게서 단순히 플랫폼 서비스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우리는 플랫폼 서비스를 하지만, 더 유연하게 고객들의 니즈를 맞출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우리가 대기업 레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플랫폼을 바탕으로 미들마일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주는 회사라는 인정은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배송이라는 게 창고에서 대리점으로 트럭이 가는 것이 아닙니다. 항공화물이 들어오면 전국 매장으로 보내주는 경우도 있고, 우리 창고에서 매장으로 배송해주는 것도 있습니다. 동물 검체 수거를 하기도 하고 케이터링 서비스를 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플랫폼은 한국에서 우리가 유일할 겁니다."

남경현 대표는 향후 고고엑스코리아가 나아가야 할 길로 중소상공인 영업을 꼽았다. 이미 주요 산업의 주요 기업들이 고고엑스코리아 고객으로 있는 만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차주와 기업에서는 우리를 잘 알고 있지만, 일반인들에 대한 인지도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강화해서 SMB라고 불리는 중소기업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생각입니다. SMB라 불리는 기업이 100만개 이상이라는데, 이 시장에서 우리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근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AI를 활용한 자율주행이나 로봇 딜리버리 등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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