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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국방과 무기

정부 뒤늦게 강경 모드… “우크라에 정밀타격 무기 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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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조약문 공개] 조약문 공개된 뒤 긴급 NSC

대통령실은 20일 북한과 군사 협력이 담긴 조약을 체결한 러시아를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또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북·러의 군사 밀월이 우리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만큼 가용한 모든 레버리지를 동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부가 애초 정보 실패로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온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주재한 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경제 협력 강화에 엄중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규탄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아킬레스건인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검토를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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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철원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은 하되,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살상 무기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미국 등의 물밑 요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도 “공격용 살상 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방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남반부 영토 점령’을 외치고 있는 북한과 사실상의 군사 동맹을 맺은 만큼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원할 수 있는 무기엔 살상 무기가 아닌 정밀 타격 무기도 있다”고 했다. 단계적 무기 지원으로 러시아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행 중인 러시아 수출통제 관련 품목도 기존 1159개에서 1402개로 243개 늘리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합성수지 제품 등이 수출통제 품목에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과 관련된 러시아 선박 4척과 기관 다섯 곳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러시아는 물론 북한과 제3국의 선박, 기관, 개인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장 실장은 북·러 밀착에 대한 국제적 해법으로 “한미 동맹의 확장 억제력과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은 이달 말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를 실시한다. 미군의 핵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참여하는 훈련으로, 한반도 공해상에서 대규모 훈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로 예정된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한·미·일은 물론 서방국가들과의 협력도 확대할 전망이다. 나토는 냉전 시절 구소련에 대한 대응으로 결성됐다. 최근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러의 밀월 움직임에 우리 정부가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북·러가 정상회담에서 체결한 조약 전문을 20일 공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부 관계자들은 비공식적으로 “자동 군사 개입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의 19일 발표가 선언적 의미만 가질 뿐 실질적 안보 위협은 아니라고 과소평가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그러나 20일 오전 북·러가 ‘지체없이 군사원조 제공’을 포함한 조약 전문을 공개하면서 정부의 판단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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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공중훈련… 헬파이어 미사일 쏘는 '하늘의 전함' - 미군 최신예 특수전 항공기인 AC-130J가 20일 한미 연합 공중훈련에서 AGM-114(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북한과 군사 협력이 담긴 조약을 체결한 러시아를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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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건 최근 푸틴 대통령의 한·러 관계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만나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한·러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한·러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2일 북·러의 공식 발표 전에 이례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 며칠 안으로 다가왔다”고 확인했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6일 TV에 출연해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소통도 한 바 있다”고 했다. 이는 러시아가 실제로 ‘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북·러 회담 결과가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전반적인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북·러 조약의 심각성을 오판했다는 비판에 대해 “유엔 헌장과 국내법 규정이라는 두 가지 완충 장치가 있기 때문에 자동 군사 개입이 포함된 조약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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