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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이탈리아서 해외 14번째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日 항의에도 “문구 변경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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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이 해외에서 14번째 건립돼 제막식을 가졌다. 이탈리아 스틴티노시에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소녀상 비문을 놓고 일본 측이 “한국 시민단체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항의했으나 이날 문구 변경 없이 그대로 세워졌다.

스틴티노시의 리타 발레벨라 시장은 제막식을 하루 앞둔 21일 일본 교도통신과 만나 일본측 문제제기에 따라 일본의 반론 입장을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 논란이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발레벨라 시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부가 부족했고, 일본만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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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그러나 이후 MBC 보도에 따르면 발레벨라 시장은 “소녀상 비문 문구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과거사를 지우려는 것은 또 다른 범죄”라는 스틴티노시의 입장에서다.

일본은 소녀상 옆에 있는 ‘기억의 증언’이란 제목 아래 새겨진 긴 비문에 일본 정부가 위안부 존재를 부정하며 소녀상을 철거하려 하는 움직임에 강한 유감을 표하는 내용이 담긴 문장을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틴티노 시의 제안으로 새겨졌다고 알려진 이 문장은 소녀상 비문에 일본 정부를 명시하고 그 잘못을 비판한 첫번째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

정의기억연대가 설치한 이 소녀상의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소녀와 여성을 강제로 데려가 군대의 성노예로 삼았으며, 소녀상은 이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상징이라는 등의 내용이 설명됐다.

한국어 외에도 이탈리아어와 영어로 적힌 비문이 별도의 안내판으로 설치되며, QR코드를 통해 더 많은 언어로도 비문을 읽을 수 있다.

이탈리아 한국 대사관은 스틴티노시와 이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대사관 측은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적절한 대응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연에 따르면 스틴티노 소녀상은 유럽에서는 독일 베를린 이후 공공부지에 두 번째로 설치됐다. 해외 전체로는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 공립 도서관 앞에 처음으로 세워진 이후 14번째다.

정의연은 지난해 12월 스틴티노시에 소녀상 건립을 제안했으며, 인권변호사 출신인 발레벨라 시장이 곧바로 “우리 영토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것을 환영한다. 인류와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낙인찍겠다는 확고한 의지”라고 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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