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1대 3 구도
그래픽=박상훈 |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나다순)이 23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에 도전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21일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의원을 포함해 4파전이 된 이번 경선 승자는 윤석열 정부 임기 중반부 당정(黨政) 관계를 이끌게 된다.
이런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당대표가 되면 중립적인 제3자(대법원장 등)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것을 전제로 한 ‘해병대원 특검법’을 국민의힘이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해병대원 사건 관련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며 자기들이 후보 추천권을 행사하는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도 거듭 발의했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미진할 경우 특검을 논의하자며 거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이 ‘여당표 특검’을 역제안하고 나온 것이다. 한 전 위원장 제안에 대해 다른 후보들은 “순진한 발상” “분열은 공멸”이라고 비판했다.
세 사람 출마 기자회견은 이날 오후 1시부터 국회에서 한 시간 단위로 잇달아 열렸다. 오전부터 세 사람 지지자들이 국회 소통관 통로를 메웠다. 맨 먼저 기자회견을 연 나 의원은 “국민의힘을 책임지지 않는 정치, 미숙한 정치에 맡길 수 없다”며 “수도권 생존 5선 정치인의 지혜, 전략, 경험을 오롯이 보수 재집권을 위해 쏟아붓겠다”고 했다. 나 의원은 “총선 패배를 자초한 오판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다”며 한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 나 의원은 “당대표는 묵묵히 대권 주자를 빛나게 해야 한다”며 2027년 대선 불출마도 선언했다.
4·10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을 사퇴한 지 두 달 만에 출마 선언에 나선 한 전 위원장은 “총선 결과는 오로지 저의 책임이고 어떻게든 제가 더 잘했어야 했다”면서도 “지난 두 달은 반성과 혁신의 몸부림을 보여 드렸어야 할 골든타임이었지만 우리는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만을 보여 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심 끝에 저는 오랫동안 정치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바꿨다”며 “민심에 반응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민의힘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으로 진짜 책임을 다하려 한다”고 했다.
원 전 장관은 출마 선언에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고, 무도한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원 전 장관은 “야당의 폭주를 정면 돌파하고, 협치는 하지만 무릎 꿇지 않겠다”며 “원 팀이 되어야 한다. 108석으로는 다 뭉쳐도 버겁다. 이 길로 가야만 3년 남은 정부를 성공시키고 재집권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1일 출마 회견을 한 5선 윤상현 의원은 “당을 전면적으로 재창조하고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한다”고 했었다.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여당과 용산 대통령실의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재정립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후보 간 각축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 의원은 “당정동행(黨政同行)”을 강조하면서도 “판단의 절대 기준은 오직 민심이고, 국민이 옳다고 하는 대로 함께 가겠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으로 쇄신하겠다”며 “그간 당이 정부에 대해 비판해야 할 때 그럴 엄두조차 못 내는 상황들이 반복됐는데, 제가 그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반면 원 전 장관은 “저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다. ‘레드팀’을 만들어 당심과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 드릴 여러 번의 기회를 (정부·여당이) 실기했다”며 “이 시점에서 국민의힘은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일방 추진 중인 특검법엔 반대하지만, 특검 추천 조항 등 일부 독소조항을 손본 특검법을 국민의힘 주도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한 전 위원장은 “(특검 추진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대통령 배우자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과 김건희 여사를 보좌하는 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 등도 공약했다.
한 전 위원장의 해병대원 특검 제안에 나 의원은 “민주당의 특검은 진실 규명용이 아니라 정권 붕괴용”이라며 “한 후보의 특검 수용론은 순진한 발상이고 우려스럽다”고 했다. 원 전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특검에 대해 여당 의원) 절대다수가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저녁엔 페이스북에서 “아무리 옳은 일도 순서가 잘못되면 일 자체를 그르칠 수 있다”며 “무도하기 짝이 없는 세력을 앞에 둔 분열은 공멸을 불러올 뿐”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당대표 출마 선언으로 착각할 정도”라며 “내부 전선을 흐트러뜨리는 교란이자 자충수”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 측 핵심 인사는 “언제까지 민주당의 무도한 특검 공세에 끌려가자는 것이냐”라며 “오히려 공정하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를 통해 국면을 정면 돌파해 대통령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구도가 시작부터 ‘한동훈 대 나경원·원희룡·윤상현’ 구도로 짜였다. 여기에 ‘친윤(원희룡) 대 비윤(나경원·윤상현·한동훈)’ 구도, ‘원내(나경원·윤상현) 대 원외(원희룡·한동훈)’ 구도도 얽히면서 앞으로 1달간 후보 4인 간 복잡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심·민심의 흐름이 잡힐 때까지 후보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결과는 다음 달 23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발표된다. 작년 3월 전당대회 땐 당원 투표 100%로 당대표를 선출했으나 이번엔 당원 투표 80%, 일반인 여론조사 20%를 합산해 뽑는다. 지방 합동 유세, TV 토론회에 이어 당원 모바일·ARS 투표(7월 19~22일), 일반인 여론조사(7월 21~22일) 순으로 실시된다. 경선 결과 과반 득표가 없을 경우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7월 26~27일 이틀간 당원 투표(80%)와 일반인 여론조사(20%)를 다시 실시해 최종 승자를 가린다. 당대표 결선투표제는 작년 전당대회 때 처음 도입됐지만 당시엔 김기현 후보가 1차에서 과반을 해 실시하지 않았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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