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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주인 몰래 운전하다 사고…차주는 책임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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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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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를 친구가 몰래 끌고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냈을 경우 차주인도 배상 책임이 있을까? 열쇠를 잘 간수하지 않는 등 차 주인도 부주의가 있었다면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한 보험회사가 차량 소유주 ㄱ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30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가 정한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자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ㄱ씨와 ㄴ씨는 인터넷 게임에서 만나 2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다. 이들은 지난 2019년 10월 ㄴ씨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다음날 새벽 ㄱ씨가 잠이 들자 ㄴ씨는 ㄱ씨의 차 열쇠를 들고나와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보험사는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 담보 계약에 따라 보험금 1억4627만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한 뒤 ㄱ씨에 대해선 운행자 책임에 의한 손해배상을, ㄴ씨에게는 일반 손해배상을 각각 청구했다.



사건의 쟁점은 남의 차를 허락 없이 운전했을 때 차량 소유주에게 운행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은 그동안 제3자가 무단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더라도 차주인이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려울 경우 차주인도 운행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실질적으로 소유주가 여전히 자동차를 관리·운영하고 있고, 그로 인한 직간접적 이익도 누리고 있는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타인이 자동차를 훔쳐서 운전하다 사고가 났다면 차주인에게 책임이 없지만, 차열쇠 관리에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차주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1·2심의 판단은 갈렸다. 1심은 ㄱ·ㄴ씨 모두 책임이 있다고 봤고, 차주인인 ㄱ씨만 항소한 2심에선 ㄱ씨의 책임이 없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 차 열쇠의 보관과 관리 상태, 무단운전에 이르게 된 경위, 소유자와 운전자의 인적 관계, 무단운전 이후 사후 승낙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ㄱ씨가 운행자 책임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러한 판단에는 ㄱ씨의 차열쇠 관리 부주의로 ㄴ씨가 자동차 열쇠를 쉽게 쓸 수 있었던 사정이 반영됐다. ㄴ씨한테 차 절도 의사가 있지 않은 사정도 주요하게 반영됐다.



ㄱ씨가 사건 3년6개월 뒤에야 ㄴ씨를 절도 혐의 등으로 고소한 것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만약 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ㄴ씨의 무단 운행에 대해 ㄱ씨가 사후에 승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ㄱ씨가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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