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자족용지 10~15% 축소
덕양주민 "일산 이어 또 베드타운" 불만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 내 자족용지 일부에 공공주택 건설을 골자로 한 내용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우자 최근 고양시 덕양구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결성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덕양연합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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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3기 신도시 내 미매각·미착공 자족용지(기업유치를 위한 일자리 용지) 일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기 고양시 주민들의 불만이 표면화되고 있다. 기업을 유치해야 할 토지에 주택이 만들어지면 1기 일산신도시와 같은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고양시 창릉지구비상대책위원회(덕양연합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수도권 주택 공급물량 3만 호를 확충하기 위해 자족용지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세부 지침은 용적률 5%포인트 이상 상향, 공원녹지 약 2%포인트 조정(축소), 자족용지 10~15% 내 협의 조정(축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고양 창릉신도시 내 자족용지는 전체 부지 775만5,000㎡ 중 112만2,000㎡로 최소 11만2,000㎡ 이상의 자족용지가 주택용지로 바뀌게 된다.
반면 같은 3기 신도시인 경기 남양주시는 왕숙지구에 12만㎡ 규모의 첨단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의 자족용지 축소 방침대로라면 왕숙지구 내 첨단산단 조성도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남양주시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왕숙지구에 진건지구(4지구) 92만4,000㎡가 편입돼 자족용지를 축소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진건지구의 주택공급 계획은 미확정 상태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진건지구 편입으로 주택공급에 여유가 있고, 토지이용계획에 따라 첨단산단 위치가 바뀔 수는 있지만 축소 우려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고양시는 ‘베드타운 전락 우려’ 등의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내는 등 즉각 대응하고 나섰다. 고양시 관계자는 “기업유치가 아닌 아파트만 건설해 베드타운이 되는 신도시 개발은 중단돼야 한다”며 “고양시는 현재 여건에 대한 문제점을 직시하며 국토부의 정책에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고양시 덕양구 주민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자족용지 축소 방침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장현조 덕양연합회 관계자는 “과거 30년 전 일산신도시 시절로 역행하는 행정”이라며 “정부의 주먹구구식 주택공급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108만 고양시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 3기 신도시 간 기업유치 경쟁이 치열하고 각 지자체마다 관련 인력을 배치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는데 고양시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고양시는 창릉신도시 기업유치 전담부서를 현재 ‘팀’에서 ‘과’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고양시의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덕양연합회는 국토부와 고양시를 상대로 꾸준히 자족용지 축소 반대 목소리를 낼 방침이다. 고양시의회도 이달 초 제284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창릉 3기 신도시 자족기능 강화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의 주요 내용은 고양시가 창릉지구의 기업유치 계획을 조속히 마련하고, 국토부가 당초 약속했던 약 135만㎡의 자족용지 확보 촉구, 현재 계획된 부지의 자족기능 활성화 등이다.
창릉신도시 인근에 거주하는 김창규(45)씨는 “인근 삼송지구도 아파트만 지어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이 대다수인데 서울과 더 가까운 창릉지구에 아파트만 짓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주거와 일자리가 양립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 중 일부 지구에 한해 자족용지를 축소하는 곳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고양 창릉지구는 올해 자족용지를 축소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의 지구계획 변경은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창릉신도시가 들어설 부지 전경. 경기 고양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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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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