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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오빠, 제발 곱게 죽자”…오토바이=과부 제조기, 혼다 사전에 없는 비결은 [최기성의 허브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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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보다 더 무서운 오토바이
운동처럼 라이딩도 ‘자세가 기본’
‘폭주하는 과부 제조기’는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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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레인조 아카데미(경기도 파주)에서 진행된 혼다코리아 모터사이클 안전교육 [사진제공=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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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톰 크루즈처럼 되는 거야?”

착각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모터사이클(이륜차, 오토바이) 교육을 받는다기에 영화 ‘탑건’과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처럼 폼 나게 ‘도로 위 전투기’를 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망했다. 짜장면 배달할 때나 쓸 것같은 혼다 슈퍼 커브 모델로 교육을 진행해서다. 모터사이클이라는 말에 너무(?) 딱 맞는 ‘모터 달린 자전거’로 여겨졌다.

요란했다. 모터 달린 자전거를 탈 뿐인데 안전장비는 과했다. 습한 날인데 헬멧은 물론 상체·팔꿈치·무릎보호대에다 전용 슈즈와 장갑까지 착용했다.

포기했다. 톰 크루즈처럼 폼 나게 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작부터 무너져서다.

앞으로 끌기, 넘어진 바이크 세우기, 밀어서 시동걸기, 올바른 라이딩 자세, 스위치 조작법, 급 브레이크법 등 기본 교육 위주였다.

무시했다. “10~20분이면 몰 수 있는 모터 달린 자전거를 타는 데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고 판단해서다. 건성 건성으로 이론 교육을 받은 뒤 실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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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모터사이클 안전 교육 [사진제공=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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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했다. 실제 운전하려다 보니 작다고, 볼품없다고 무시한 슈퍼 커브가 만만치 않아서다. 손발을 ‘까딱’하기만 하면 될 것 같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스로틀·브레이크 조작, 기어변속은 어렵지 않았다. 톰 크루즈가 된 기분을 잠깐이라도 맛보기 위해 속도를 높이는 것도 쉬웠다. ‘텐 미닛’(10분)이면 모터사이클을 탈 수는 있다.

어려운 것은 안전 주행. 운전자도 다치지 않고 보행자도 다치지 않게 모터사이클을 통제하는 게 쉽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슈퍼 커브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코스를 이탈했다. 다른 모터사이클 쪽으로 돌진해 식은땀도 흘렀다.

작다고 무시하던 생각을 버렸다. “운동에서 자세가 기본이듯 운전에서도 자세가 기본”이라며 다시 한번 교육 내용을 상기시켜주는 안전 교육 담당 인스트럭터의 지적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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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 혼다코리아 매니저가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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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바른 탑승 자세와 시선 처리법, 잘 돌고 잘 멈추는 방법을 익혔다.

30분이면 충분할 것이라 여겼던 교육은 3시간 이상 계속됐다. 땀으로 속옷이 흠뻑 젖었지만 짜증나거나 지겹지는 않았다. 진지해졌기 때문이다.

교육을 받고 나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일어났다. 모르고 타는 것과 알고 타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아서다.

작고 볼품없다고 무시했던 슈퍼 커브도 톰 크루즈의 고성능 가와사키 모터사이클보다 멋져 보였다.

모터사이클은 “오빠 달려” 소리를 들으며 멋지게 폭주하는 게 잘 타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타는 게 진짜 잘 타는 것이라는 인스트럭터의 조언이 다시 떠올랐다.

맨땅에 헤딩, 결국 과부 제조기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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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민 매니저(맨앞)가 모터사이클 안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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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레인조 아카데미(경기도 파주)에서 진행된 혼다코리아 모터사이클 안전교육을 마친 뒤 뇌리를 스친 단어는 ‘과부 제조기’.

사방이 막히고 에어백과 안전벨트 등으로 운전자를 보호해주는 자동차와 달리 안전장치가 부족한 모터사이클을 몰 때는 작은 실수가 생명을 위태롭게 만든다. 운전자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목숨까지 위협한다.

안전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현실은 다르다.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고 모터사이클을 타는 사람이 드물다. 이륜차 면허가 필요없이 몰 수 있다면 기본적인 조작법만 배운 뒤 도로 위를 질주한다.

이륜차 면허를 취득해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안전·라이딩 교육을 받지 않고 ‘맨땅에 헤딩’하듯 타면서 익힌다.

‘모터사이클=과부제조기’라는 악명·오명이 당연히 붙었다. “오토바이를 탄다고 하면 밥 싸들고 따라다니며 말려야 한다”는 말도 나올 수준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통계를 보면 모터사이클이 과부 제조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륜차 사고로 숨진 사람은 392명이었다. 음주운전사고 사망자는 159명, 화물차 사고 사망자는 595명으로 집계됐다. 모터사이클이 음주운전보다 무섭다.

안전 기술만큼 안전 교육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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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안전 교육 [사진제공=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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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모터사이클 브랜드인 혼다는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혼다 차량·모터사이클과 관련된 교통 충돌사망자 ‘제로(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0년까지는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게 1차 목표다.

‘기술의 혼다’는 이를 위해 차량 운전자는 물론 모터사이클·자전거 운전자, 보행자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안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모터사이클 안전과 관련해 라이딩 시뮬레이터와 트레이너, 전후 연동 브레이크, 에어백 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기술은 물론 안전교육도 적극 펼치고 있다. 혼다코리아도 본사 지원을 받아 안전교육 담당 교관을 육성하고 있다.

딜러·판매점과 연계해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폼 대신 안전에 초점을 맞춰 모터사이클 교육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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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트랙데이 [사진제공=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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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종류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펼치지만 ‘폼생폼사’는 교육과정에 없다.

제대로 자세를 잡고 안전하게 타는 방법을 배우면 폼은 저절로 난다. 역시 운동도 모터사이클 라이딩도 자세가 기본이다.

이날 안전교육을 담당한 김선수 혼다코리아 매니저는 “국내에서 모터사이클을 타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타는 사람은 드물다”며 “혼다 안전교육은 폼 잡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타야 진짜 잘 타는 것이라는 사실을 운전자들이 스스로 깨닫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혼다 사전에 ‘과부 제조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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