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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윤 대통령, 박력있는 리더"…한동훈, '반윤' 아닌 '비윤' 자처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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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중앙당사 미화원, 경비원, 건물관리인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공동취재)2024.6.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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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하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추켜세우며 자신에게 씌워진 '반윤'(반윤석열) 프레임 극복에 나섰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대표 등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의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고 1대 1 구도의 결선 투표로 가면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는 한 전 위원장이 1차 투표로 승부를 마무리짓기 위해 전략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와 함께 향후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전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대단히 박력있는 리더다. 대단한 직관을 가진 분이라 살아오며 놀랄 일이 많이 있었다"며 "그 누구보다 윤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반윤'이라는 평가가 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친소 관계를 기준으로 정치인의 계파를 나누는 것은 공감하지 않는다. 국민들 입장에서 무용한 것"이라며 "저는 굳이 따지자면 '친국'이다. 친국민, 친국가, 친국민의힘"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총선 과정과 당대표 경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과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한 전 위원장이 돌연 이 같은 말을 하면서 그 속내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렸다. 전문가들은 한 전 위원장이 민심과 당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대세론을 더 오래 이끌어가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현재까지 당원들 사이 한 전 위원장 지지율은 40% 안팎으로 추정된다.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어쨌든 여당 내에서는 지지율이 낮아도 대통령의 영향력이 큰 것이 사실이다. 1차 경선에서 이기려면 친윤 당원들의 표심도 끌어와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발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전 위원장은 다음달 23일 1차 경선에서 과반을 득표해 당선되지 못한다면 불리한 위치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누구든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 다음달 28일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두 명이 1대 1 구도의 결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친윤 표심이 결집해 한 전 위원장 반대편에 설 수 있어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찬성 여론이 높은 '채상병 특검법'으로 차별화, 선명성 경쟁에서 먼저 치고 나간 것이 사실이지만 80%의 당심을 무시할 수 없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을 둔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또 먼 미래의 대권 도전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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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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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 전 위원장 당대표 경선 캠프 관계자는 "당을 변화시키고 당의 체질을 강화해 보수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당원들의 공통된 요구가 아니겠느냐"며 "상대적으로 보수적 색채가 강한 영남 당원들과 민심에 민감한 수도권 당원들을 모두 다 잡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상병 특검법은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가 여당 내 8명 이상의 이탈표가 생겨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무산될 경우 정부와 여당이 받는 타격이 매우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 한 전 위원장의 생각"이라며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사이의 기본적인 신뢰관계는 여전하다고 봐야 한다. 일부 상대 진영에서 '반윤' 기치를 걸었다고 하는 것은 마타도어(흑색선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 전 위원장에게 '반윤' 프레임이 붙은 것은 지난 총선 이후부터다. 총선 과정에서 각종 정치 현안을 두고 대통령실과 몇 차례 각을 세우면서다. 또 지난 23일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당대표가 되면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겠다고 강조하고 여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반윤'의 정체성을 공고히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채상병 특검법'은 수사 상황에 따라 윤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까지 정부와 여당은 일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기관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특검 도입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한 전 위원장의 '채상병 특검법' 관련 주장에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일제히 그를 비판했다. 당권 경쟁을 하고 있는 나경원 의원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깎아내렸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사기관이 무엇 하려고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 역시 "당정 파탄을 원하는 것이냐"고 평가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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