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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화성공장 참사]23명 사망 최악 사고…'火魔' 키운 원인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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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은 배터리…사실상 진화 어려워

외국인 근로자 많아…안전교육 정도는?

1분만에 깜깜…시야확보 안 되고 질식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난 불로 23명이 숨졌다. 이번 사고는 1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럭키화학 사고보다 규모가 더 커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사업장 폭발 화재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인명피해가 컸던 덴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진압하기 어려운 리튬 배터리 화재였던 것과 외국인 근로자가 다수였다는 점, 급격히 확산한 연기로 대피가 어려웠던 배경 등이 화마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이데일리

(사진=뉴스1)




‘불 붙으면 꺼질 때까지 활활’ 가만 놓여 있던 리튬 배터리서 불

화재가 발생한 제조업체 아리셀은 일차전지를 다루는 기업이다. 일차전지는 흔히 우리가 한 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해당된다. 아리셀엔 3만 5000개의 리튬 배터리가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차전지는 충전해서 다시 쓸 수 있는 전지로 노트북, 휴대전화, 전기차 배터리 등이 있다. 최근 전기차 화재가 부각되면서 이차전지 화재의 위험성이 떠올랐지만, 일차전지 경우 고체 리튬으로 상대적으로 화재 발생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차전지는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리튬 배터리인 만큼 화재가 일어나면 진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보통 배터리 화재는 물로 진압하기 어렵고 마른 모래와 팽창 질소로 불을 꺼야 한다. 이번 화재 사고에서 소방당국은 배터리가 다 연소되고 나서야 인명구조 작업에 돌입할 수 있었다. 소방당국으로서는 화재가 난 작업동 외 주변 건물로 불이 번지지 않게끔 조치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화재가 한 번이라도 나면 피해가 크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배터리 화재는 진화가 매우 어렵고 계속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불이 꺼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불이 다시 살아 날 수 있다”며 “전부 탈 때까지 불이 지속되며 예방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4일 오후 2시께에도 불길이 잡힌 것처럼 보였지만 되살아나 결국 오후 3시15분께야 초진됐다. 류 교수는 “화재 예방, 관리, 초기진압 대비 강화 등에 소방과 기업이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근로자 많아…대피 경로 알고 있었나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았다는 것도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로 꼽힌다. 전체 공장인원은 관리직과 파견직을 포함해 103명이었다. 이중 외국인 수는 50~60명 정도다.

사망자 23명 중 21명이 외국 국적으로 파악된다. 또 정규 직원이 아니라 용역회사에서 파견하는 일용직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화재 브리핑에서 “인명피해가 많았던 이유는 대피 방향이 잘못된 것도 있는데 외국인 근로자가 많았다는 점도 있다”이라며 “용역회사에서 필요할 때 파견하는 일용직이 대부분이다 보니 공장 내부 구조가 익숙하지 않았던 점도 피해가 늘어난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아리셀 측은 25일 불법파견이 없었고 안전교육도 충분히 했다고 밝혔다. 리튬전지의 위험성으로 현장엔 리튬 화재 진화에 적합한 분말용 소화기를 비치했다고도 설명했다. 실제 작업자들도 분말 소화기를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이 얼마큼 세밀하게 이뤄졌는지도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배터리 폭발하자마자 연기 휩싸여…시야 확보 안 돼

급격히 확산된 연기도 피해를 키운 원인이었다. 중앙긴급구조통제단 등에 따르면 2층 배터리 패킹 작업대 옆에 쌓여 있던 배터리 1개가 폭발하며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현장에 있던 작업자들이 주변을 치우고 분말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또 다른 배터리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첫 폭발부터 다수 배터리가 폭발할 때까지 불과 1분이 걸리지 않았다. CCTV 화면은 1분도 채 되지 않아 새까만 연기로 뒤덮였다. 작업자들도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신속히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조 본부장은 “발화 원인은 영상을 통해 봤더니 처음 배터리 부분에서 작은 흰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 흰 연기 급격히 발화해 작업실을 뒤덮기까지 걸린 시간이 15초에 불과했다”며 “(사망자들이) 안쪽으로 대피해서 짧은 시간에 유독성 연기를 흡입했는데 조금만 들이마셔도 질식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 수사본부는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과 함께 이날 오전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또 경찰은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국과수로 시신을 옮겼다.

이정식 화성 화재사고 중앙사고수습본부장(고용노동부 장관)은 “사망자의 명복을 빌며 경찰과 소방, 법무부 등이 사망자에 대한 조속한 신원 파악에 역량을 기울여달라”며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신속히 수사에 나서 법 위반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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