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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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들은 의료사태의 원인은 정부에게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역할과 의료사태 해법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였다.

앞서 지난 10일 의협 대의원회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현택 회장 불신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치러지는 비대위원장 선거에는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비상대책위원장,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 등 4명이 출마했다.

이들 4명의 후보는 지난 12일 오후 8시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후보자 설명회를 열고 출마 배경 및 공약을 발표했다.

박형욱 "의료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상호 존중과 합의"

기호 가 박형욱 후보는 상호 존중과 합의를 통해 의료계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욱 후보는 "비상대책위원회는 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다. 리더에게는 결단이 필요하지만, 결단과 독단을 분별해야 한다"며 "위원장이 구성원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의협에 큰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어떤 사람은 투쟁을 주장하고, 어떤 사람은 협상을 주장한다.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다"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계가 한 자리에서 모여 서로를 존중하고 합의를 이뤄나가는 것이고, 이것이 의협에 가장 필요한 것이다"이라고 밝혔다.

비대위 운영에 있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중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박 후보는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의료계 어느 직역보다 전공의들의 희생이 컸고, 의대생들의 희생도 컸다"며 "어떤 조직이든 희생한 사람들을 외면한다면 그 조직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선배 세대가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발전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전공의들이 의협을 중심으로 한 여러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라는 틀 안에서 의료계의 여러 직역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고, 서로를 존중하고 합의를 이루는 전통을 만들어 나간다면 의료계의 커다란 힘이 될 것이고 국민에게 큰 신뢰를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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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투쟁없는 비대위 무용...의료농단 폭주기관차 멈춰 세워야"

기호 나 이동욱 후보는 투쟁없는 '관리형 비대위'로는 어떤 협상력도 발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투쟁 경험없는 인물이 비대위를 이끌 수 없다고 밝혔다.

이동욱 후보는 자신이 지난 10개월 간 의료계 투쟁의 선봉에 서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의대생, 전공의들의 고통과 함께하고자 경기도의사회 악법저지 비상대책위원장의 소임을 맡아 의료정상화, 의학교육 정상화를 위해 전공의, 의대생들의 고통과 함께 하며 지난 1년간 대통령실 앞 거리에서 전공의, 의대생들과 함께 맞서 뛰며 투쟁의 최전선에서 의료 정상화를 위한 의료계 선도적 투쟁을 끊임없이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정부의 일방적인 폭주기관차가 달리는 절박한 상황에서 투쟁 없는 관리형 비대위로는 어떤 협상력도 발휘할 수 없다"며 "불신임된 임현택 집행부보다 더 무기력한 비대위로 이어져 후배들에게 평생의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선배들이 또 다시 의대생, 전공의들의 마음의 상처를 주는 일이 반복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투쟁없는 비대위는 있을 수 없다. 투쟁 경험이 없는 위원장이 투쟁을 이끌 수 없고, 투쟁력 없는 협상력은 불통의 정부 앞에 굴욕적인 상황일 뿐이다"라며 "1년 이상 전공의, 의대생과 함께 의료계 선도 투쟁을 해온 나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해 주면 그동안의 전공의, 의대생을 외롭지 않게 했던 멘토-멘티 프로그램 등을 전국적으로 확대 강화해 지원하고, 그동안의 정부를 압박해 온 강력한 선도적 투쟁이 끊어지지 않도록 더욱 가열차게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전공의, 의대생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며, 의료농단 폭주기관차를 반드시 멈춰 세우고 전공의, 의대생들의 미래와 회원들의 진료현장, 국민 건강을 반드시 지켜 내겠다"고 덧붙였다.

주신구 "여의정 협의체서 철수 최우선"

기호 다 주신구 후보는 여의정협의체 내 의료계 철수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주신구 후보는 "현재 상황에서는 제일 시급한 것이 정치권과의 문제인데, 그중 여의정협의체 들어가 있는 것을 철수해야 한다"며 "전공의협의회를 비롯해 사직하고 휴학한 미래세대 모두가 협의체는 무의미하다며 나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의료계가 참여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주 후보는 "비대위원장이 되면 다시 확인해서 전공의협의회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전체 의료계의 의견을 수용해 협의체에서 의료계를 철수시키는 것이 가장 먼저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동의한다면 나를 선택해달라"고 말했다.

비대위가 (의협회장을 향한)입신의 발판돼선 안 된다며, 자신은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2달간의 집행부 공백기는 의료계에 불리할 수도 있지만, 준비하기에 따라 새로운 집행부가 좀더 앞선 위치에서 바톤을 이어받을 수 있는 기회"라며 "이번 비대위는 무엇인가 결정을 지으려고 나서지 말아야 한다. 비대위가 누군가의 업적이 되거나 입신의 발판이 돼선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비대위원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의협회장 보궐 선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현재 의료계의 모든 이들은 투쟁의 동력이자 열쇠를 전공의와 의대생이 쥐고 있다고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며 "비대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전 의협 집행부가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일을 정리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의료계의 전열의 정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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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석 "임기동안 몸으로 뛸 것...용산부터 찾아가겠다"

기호 라 황규석 후보는 비대위원장 임기 동안 말이 아닌 몸으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황규석 후보는 "내년 3월 이후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던 의료 시스템은 사라질 것이다"라며 "12월 13일 수시 발표가 있고, 12월 말에 정시 전에 마지막 기차가 남아 있다. 그 전에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당선이 되는대로 실무형으로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인원들로 비대위를 구성해 곧바로 일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황 후보는 "비대위원장 임기 두달 동안 발로 뛸 것이고 만나러 다닐 것"이라며 "(의료사태의) 주범인 용산부터 찾아갈 것이고, 정부와 여당, 그것도 안 되면 야당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의료시스템 망가지면 궁극적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나는 날마다 국민에게 의사가 아닌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지켜달라고 호소할 것"이라며 "국민을 믿고 남은 두달 동안 몸으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비대위원장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중차대한 시기에 적전분열한다면 우리는 필패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할 때"라며 "서울시의사회장으로서 언제나 의료계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힘써왔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의협 비대위원장 선거는 2024년도 임시대회 총회에서 확정된 2024~2026년 임기의 대의원 244명을 대상으로 전자 문서법에 따른 전자 투표 방식으로 실시된다.

1차 투표는 13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진행된다. 개표 결과 과반 이상 득표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같은 날 오후 8시 20분부터 9시 20분까지 결선 투표가 실시되며, 투표 종료 후 당선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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