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포럼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행동으로 인해 역내 국가들이 기존의 모든 군사 및 기타 조치를 재고하게 하고 있다는 후커 전 보좌관의 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에서 핵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워싱턴선언 외에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담당했던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21일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화상 토론회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고, 어쩌면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북·러의 관계 심화가 확실히 한국을 이러한 방향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확장 억제력을 강화하는 대신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던 워싱턴선언을 수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캠벨 부장관은 이날 “워싱턴선언 이후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이 강력하고 지속적이라는 것을 인식했고, 지금은 워싱턴선언의 구체적 조치를 이행하는 목적 의식을 가지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이든이 임명한 고위급 인사가 기존 정책의 고수를 전제하면서도 트럼프 진영의 주장에 일부 공감을 표현한 건 한국의 자체 핵무장 관련 논의에 대한 워싱턴 안팎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지난 9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중·러의 핵 증강을 우려하고 있다”며 “최소한 핵무기 확대를 검토 대상에 올리라는 전문가 위원회를 포함한 초당적 요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 소련과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맺은 뒤 추진해 왔던 미국의 핵 감축 전략에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캠벨 부장관은 이러한 기류와 관련해 “북·러 파트너십에 한계가 있지만 그들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북·러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서 “쌍방 중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가 되면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합의한 게 인식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캠벨 부장관은 특히 “중국은 (북·러 협력이) 북한을 동북아시아에서 위기를 촉발할 도발적 행동을 하도록 부추길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 같다”며 “이는 매우 위험한 전개”라고 강조했다.
자체 핵무장을 사실상 금기어로 취급해 온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직 당시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에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왔다. 현재 일본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관련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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