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안전이 생명이다 ①]장마철 빗길 운전 주의보
지난해 7월 충북 진천읍의 한 도로에서 빗길에 발생한 시내버스와 승용차 충돌 현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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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8일 오전 10시 50분께 서울 송파구의 올림픽대로 김포방향 도로에서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4명이 상처를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 지난 2월 5일 오후 2시 20분께 경남 양산시 부근 경부고속도로에서 70대 남성이 몰던 1t 트럭이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70대 부인이 숨졌다.
#. 지난해 7월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의 한 회전교차로에선 차량이 도로 연석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나 70대 여성 운전자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운전자와 동승자가 목숨을 잃거나 다친 안타까운 교통사고는 모두 빗길에서 일어났다. 비가 내리는 젖은 도로에서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많은 비가 쏟아지는 장마철인 7~8월은 빗길 교통사고 위험이 유난히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고속도로와 국도·지방도 등 각종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59만 8262건이었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8202명이었다.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치사율은 1.37명이다.
빗길에 미끄러져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특히 치사율이 높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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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비가 오는 상황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전체 사고의 6.1%인 3만 6643건으로 사망자는 모두 668명이었다. 치사율은 1.8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의 1.3배였다. 빗길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그만큼 인명피해가 커진다는 뜻이다. 노면이 젖은 상태의 사고로 확대해서 분석하면 치사율은 2.09명까지 올라간다.
빗길 교통사고는 장마철에 특히 위험하다. 빗길 교통사고 사망자의 30%가량이 7월과 8월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 치사율도 높아지는데 특히 고속도로 빗길사고는 더 치명적이다. 공단이 앞서 2020~2022년 사이 발생한 교통사고를 분석했더니 장마철 고속도로 빗길사고의 치사율은 무려 9.14명이나 됐다. 이 기간 전체 도로에서 생긴 교통사고 치사율(1.46명)의 6.3배가 넘는다.
빗길사고는 운전자의 연령별로도 위험성이 나뉜다. 최근 3년간 인명피해가 발생한 빗길 교통사고의 가해 운전자 연령별로 사망자 수를 나눴더니 51~60세가 158명으로 가장 많았다. 빗길 교통사고 사망자의 23.7%가 51~60세 운전자가 몰던 차량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의미다. 법적 노인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이 146명으로 뒤를 이었고, 41~50세는 116명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공단의 조은경 책임연구원은 “노인층은 주변 상황 변화에 반응하는 속도(인지반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빗길 운전에 취약할 수 있다”며 “중장년층인 41~50세와 51~60세는 인지반응보다는 운전경험 등에 대한 과신과 생업으로 인한 빗길 운행량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빗길에서 사고 위험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속도를 줄여야 한다. 젖은 노면에선 유사시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제동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공단이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에서 자동차의 제동거리를 실험했더니 빗길 운전 때 제동거리가 맑은 날에 비해 최대 1.8배 길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타이어 마모 여부 확인법.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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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의 경우 시속 50㎞로 달리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마른 노면에선 17.3m를 더 간 뒤 멈췄지만, 젖은 노면에선 제동거리가 무려 11.6m 늘어난 28.9m로 나타났다. 도로교통법에서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을 땐 최 고속도보다 20% 이상 속도를 줄이고,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인 경우는 50% 이상 감속해서 운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는 꼼꼼한 차량 점검도 필요하다. 공단 관계자는 “빗길 운전을 하려고 할 때는 타이어의 마모 정도와 와이퍼 작동 상태 등을 세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단이 젖은 노면에서 타이어 마모 정도에 따른 제동거리를 실험했더니 낡은 타이어가 새 타이어에 비해 최대 1.5배까지 길게 나타났다.
빗길을 시속 100㎞로 주행하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새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은 47.2m를 더 나간 뒤 멈춰섰다. 반면 마모가 심한 타이어를 단 차량은 무려 71.9m를 지나친 뒤에야 설 수 있었다. 제동거리가 25m 가까이 차이 난 것으로 유사시 사고 위험을 피할 수 있느냐가 판가름날 수도 있는 수치다.
전조등과 후미등 같은 차량 등화 역시 작동 여부를 잘 확인해야 한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빗길에선 전방을 잘 보는 건 물론 후방에서 오는 차들이 자신의 차를 명확히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사고 예방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공단은 이달 28일까지 5개 권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화물차 타이어 마모도 점검 ▶야간 시인성 확보를 위한 후부 반사지 배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장마철 교통안전 캠페인도 벌인다. 공단의 권용복 이사장은 “빗길 사고는 특히 치명적인 교통사고 형태 중 하나”라며 “운전자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면 안타까운 사고와 희생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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