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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초정통파 유대교도 군 면제 갈등…네타냐후 연정 위협 뇌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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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법원이 병역면제 혜택을 받아 온 초정통파 유대교도를 징병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가자지구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 사회가 극심한 갈등을 겪게 됐습니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판결에 거세게 반발하는 초정통파 정당들과 함께 꾸린 연립정부의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악재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서방 언론은 2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이스라엘 대법원판결 내용을 전하면서 그 배경과 의미, 영향 등을 분석했습니다.

초정통파 유대교도는 전통 유대교 율법을 엄격히 따르는 신자 집단으로 히브리어로 '하레디'라 불립니다.

이스라엘은 18세 이상 남녀 모두 군 복무가 의무이지만, 이들은 1948년 건국 이후 홀로코스트로 말살될 뻔한 유대 문화와 학문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아왔습니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 950만 명 가운데 14%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빠르게 인구가 늘고 있는 집단입니다.

특히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IDI)에 따르면 젊은 층이 불균형적으로 많아 전체 징집 연령대를 놓고 보면 24%를 차지합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지난 2017년 하레디 병역면제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초정통파 정당 등의 반발로 관련 규정을 수정하지 못했고, 지난 4월 군 면제 규정 효력이 만료되자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하레디도 군 복무 의무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징집 시기와 규모는 정하지 않았지만,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초정통파 유대교도는 정부의 복지 지원과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번 판결에는 가자지구 전쟁 이후 하레디에 대한 병역면제 특혜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이 8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이스라엘군, 특히 재차 소집된 예비군들에게는 큰 부담이 가해졌습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군 600명이 숨진 가운데 정부가 병력 부족을 이유로 예비군 면제 연령을 상향하고, 복무 기간을 늘리는 내용으로 의회에 제출된 법안을 지지하자 반발 여론이 더욱 거세졌습니다.

CNN은 "초정통파 병역면제는 군 복무 중 가족과 몇 달을 떨어져 지내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을 지켜본 이스라엘인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일반 이스라엘인과 초정통파 사이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가디언은 "세속과 종교 사이의 기존 긴장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고, NYT는 "이스라엘 사회의 가장 고통스러운 분열 중 하나를 확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2022년 말 꾸린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이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정부의 하레디 징집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샤스당, 토라유대주의연합(UTJ) 등 연정에 포함된 초정통주의 정당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어서입니다.

이들 정당은 하레디에 대한 병역면제 혜택이 종료되면 연정을 탈퇴하겠다고 위협해왔습니다.

가디언은 "네타냐후 연정의 안정을 위협하는 정치적으로 폭발적인 결정"이라고 짚었습니다.

NYT 역시 "대법원 판결로 인해 세속주의 정당과 초정통파 정당이 함께한 네타냐후의 취약한 전시 연정이 위협받게 됐다"며 "정부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어느 쪽이든 탈퇴하면 연정이 무너지고 새 선거를 치르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당장 갈리 바하라브-미아라 검찰총장은 정부 관리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내년에 최소 3천 명의 초정통파 유대교도 학생을 징집할 것이라고 군이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은 이 숫자가 일반 징집 대상자와의 군 복무 격차를 해소하는 데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가자전쟁 발발 이후 초정통파 유대교도 사회 일각에서는 징집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극심한 저항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초정통주의 라디오 방송인 '콜 바라마'의 진행자 이스라엘 코헨은 "여전히 초정통주의 커뮤니티가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치는 일반 이스라엘 대중이 수용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습니다.

신승이 기자 seungy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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