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사수연구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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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가 노동자 불법 파견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리셀과 이 공장에 외국인 노동자 50명을 보낸 업체 메이셀 간의 불법 계약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다.
26일 화성 화재사건 수사본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외국인이고, 이들 대부분은 메이셀에서 파견한 인력이었다. 두 회사 모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때 필요한 특례고용허가를 받지 않았다. 메이셀은 법인등기부등본상 지난 5월 7일, 사업목적을 1차전지 제조로 설립·등기했다. 소재지는 화재가 발생한 화성 아리셀 공장 3동 2층 작업장으로 돼있다. 파견법상 아리셀처럼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 작업을 하는 곳에 대해선 파견이 금지돼, 메이셀이 하도급 업체로 가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고용부는 보고있다.
메이셀은 지난 2021년 한신다이아라는 사명으로 설립된 업체의 후신이다. 메이셀 측 관계자는 “4월까진 한신다이아 명칭으로 인력을 공급했다”고 전했다. 박순관 아리셀·에스코넥 대표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파견·도급직 인적사항은 인력 공급 회사에서 확보하고 있다”며 메이셀 대신 한신다이아를 언급했다. 법인등기부등본에는 한신다이아의 주소지가 아리셀 모회사인 에스코넥의 안산 사업장과 같은 곳으로 나와있다. 전자부품·휴대폰부품 제조업체로 등록됐있지만, 실제 이곳에 공장은 없었다. 인근 사업장에서 만난 제약회사 관계자는 “한신다이아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한신다이아는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운영하는 전국 공장 공유 플랫폼 ‘스마트K팩토리’ 시스템에도 등록되지 않았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 16조에 따르면 공장 소유 또는 점유자는 지방자치단체나 한국산업단지공단 공장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한국산단 관계자는 “임대업 외엔 등록 대상”이라며 “실제 운영을 하지 않는 페이퍼 공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사당국 등은 아리셀이 일시적으로 주문량이 늘었을 때마다 가짜 인력업체를 만들어 노동자를 불법 파견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리셀 직원 A씨는 “최근 근무자가 평소보다 2배로 늘었다”며 “중동 쪽 국가의 군납 리튬 배터리 주문이 늘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불법 파견 의혹을 받는 '메이셀' 이전 경기 안산 에스코넥 공장 2층에서 '한신다이아'라는 업체가 운영됐다. 한신다이아 측은 ″파견 수수료를 받는 파견 업체″라며 ″업체명을 메이셀로 바꿨다″고 중앙일보에 전했다. 이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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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
에스코넥 안산사업장 주소지에는 한신다이아 외에 ‘주희테크’라는 또 다른 업체도 등록돼 있다. 이곳도 스마트K팩토리에 등록되지 않아 미허가 업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창근 노무법인 도원 노무사는 “아리셀 같은 직접 제조업은 파견 자체가 불법”이라며 “이 경우 안전 교육과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져 결국 근로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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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공장단지에 불법 고용 만연…“다 그렇게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리셀 뿐 아니라 화성·시흥·안산 등 인근 제조업체 공장에서 이같은 불법 파견이 만연하다고 증언했다. 화성 향남읍에서 20년간 인력 파견 업체를 운영한 A씨(60대)는 “보통 사업주 지인이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을 설립해 인력을 보내고 10% 내외 수수료를 떼 가는 식”이라며 “아리셀 외에도 산업단지 일대 공장 절반 이상이 불법 아웃소싱(파견)을 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아리셀 인근 전곡단지의 한 자동차합판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정모(37)씨도 “전곡단지 공장들 대다수가 노동자들을 공급받아 불법으로 고용한다”고 말했다. 조영관 변호사는 “직접 고용 뒤 유지하기 어렵지만 생산 물량이 영업 상황에 따라 달라질 때 불법 파견과 도급 고용이 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의 화재 진행 상황이 담긴 내부 CCTV 화면.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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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었다…“불법 고용 모니터링 시스템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고용당국의 관리감독 관련 법령이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파견근로가 가능한 업무를 제한하지만, 이 업무가 아니더라도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겼거나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해야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최정규 변호사는 “고용당국에서는 인원이 부족해 전수조사가 어렵다고 하지만 수십여 년간 이어진 불법 고용이 해결되지 않는 건 정부가 이를 묵인했다는 것”이라며 “사전에 현장 관리·감독이 어려우면 예외적으로 허용할 때 허가 또는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보람·이찬규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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