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각)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 있는 대통령궁 입구로 장갑차가 충돌하고 있다. /@UHN_Plus

남미 볼리비아에서 군부 일부가 26일(현지시각)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대통령궁에 무력으로 진입했다가 3시간여 만에 철수했다. 군 핵심 지도부는 “무너진 조국을 되찾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일촉즉발 상황으로 끌고 갔으나, 대통령의 ‘쿠데타 시도’ 강경 대응 천명과 시민들의 반발 움직임 등에 결국 회군했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무장한 볼리비아 군 장병들은 이날 오후 3시를 전후해 수도 파라스 무리요 광장에 집결했다. 무리요 광장 앞에는 대통령궁(정부청사)과 국회, 대성당이 있다.

현재 TV 매체들은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생중계했다. 영상을 보면, 장갑차 한 대가 청사 건물 입구를 들이받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군인들이 청사로 몰려들었다. 볼리비아 군은 청사 앞에서 대오를 갖추고 이동하며 시민들을 통제했다. 거리 한편에 물러선 시민들은 이동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26일(현지시각) 무장한 볼리비아 일부 군인들이 대오를 갖춰 무리요 광장을 행진하고 있다. /@eduardomenoni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은 군인들의 행동을 ‘쿠데타 시도’로 규정하고, 국민들의 결집을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궁에서 촬영한 영상 메시지에서 “볼리비아 국민은 이번 쿠데타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지지하기 위해 스스로 결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쿠데타 시도를 허용할 수 없다”며 “볼리비아 국민 만세! 민주주의 만세!”라고 외쳤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쿠데타 시도에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도로를 막아 달라”고 촉구했다.

군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광장에 몰려들었고, 일부 장병은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가스를 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펑, 펑’하는 소리가 광장 주변을 채우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26일(현지시각) 볼리비아 군대가 집결한 시민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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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진군은 합참의장이었던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 주도로 진행됐다. 수니가 장군은 대통령궁 밖에서 현지 취재진에게 “수년 동안 소위 엘리트 집단이 국가를 장악하고 조국을 붕괴시켰다”며 “우리 군은 민주주의 체제를 재구성해 국가를 일부 소수의 것이 아닌 진정한 국민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각)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이 쿠데타를 시도한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에게 철군을 명하고 있다. /@FonsiLoaiza

이후 아르세 대통령은 대통령궁 청사 안으로 들어온 수니가 장군과 대면했다. 이 모습은 현지 방송 유튜브를 통해 중계됐다. 아르세 대통령은 손가락으로 건물 밖을 가르치며 “군 통수권자로서 이런 불복종을 용납할 수 없으니 철군하라”고 요구했다. 두 사람 주변에 몰린 이들은 “그만 물러나라, 이래선 안 된다”고 소리치며 수니가 장군을 압박했다.

짧은 만남 후 아르세 대통령은 곧바로 각료들과 함께 연 긴급 대국민 연설에서 “볼리비아가 군의 쿠데타 시도에 직면했다”며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저와 내각 구성원이 이곳에 굳건히 서 있다”고 했다. 그는 즉각 군 지휘부 3명을 교체했다. 무리요 광장에 모인 시민들도 군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호세 윌슨 산체스 신임 합참의장은 수도에 집결한 장병들에게 부대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 결국 볼리비아군은 이날 오후 6시 조금 못 미치는 시간에 철군했다.

26일(현지시각)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이 쿠데타 시도를 진압한 후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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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세 대통령은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후 대통령궁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고, 시민들은 대통령 지지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민주주의 만세”라고 외쳤다. 지지자들은 볼리비아 국가를 불렀다.

26일(현지시각) 대통령궁 앞 무리요 광장에 모인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의 지지자들. /ErikakHil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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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초케환카 볼리비아 부통령은 “볼리비아 국민은 다시는 쿠데타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쿠데타를 시도한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이 26일(현지시각) 체포됐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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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가 장군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최근 정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는 언사를 이어왔다고 한다. 수니가 장군은 쿠데타 시도 전날 해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는 수니가 장군이 ‘팽’당할 위기에 처하자, 병력을 동원한 것으로 분석했다.

수니가 장군은 이날 저녁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볼리비아 검찰은 수니가 장군에 대한 범죄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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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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