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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22명의 초안산 악마들…'제2 밀양사건' 서울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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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집단 성폭행…경찰 집념, 피해자 5년 뒤 고소[사건속 오늘]

"왜 지난 일 들추나" "증거 있냐" 항의…주범들 징역 7년 등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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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경찰서로 들어서는 '초안산 여중생 집단 성폭행' 가해자 한 모 씨(당시 21세). (KB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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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8년 전 오늘 '제2의 밀양 사건'으로 불리는 '도봉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사건은 2011년 9월에 발생했으나 피해자들은 2016년 3월이 돼서야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는데, 5년간 멀쩡하게 일상을 살다 뒤늦게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가해자들은 "기억이 안 난다", "피해자들이 거짓말하고 있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 호기심에 산 맥주 한 캔…동네서 나눠 마시던 소녀들 발견한 악마

2011년 9월 초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가해자 김 씨 등 5명은 A 양과 친구 B 양이 인적이 뜸한 골목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중학교 선배라고 밝히며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음주 사실을 학교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A 양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김 씨 등 가해자들은 엿새 뒤 "A 양과 B 양을 불러 술을 먹이고 나쁜 짓을 하자"며 범행을 계획했다. 그렇게 총 11명의 고등학생이 피해자들을 도봉구 동네 야산인 초안산으로 불러내 억지로 술을 먹인 뒤 번갈아서 성폭행을 저질렀다.

김 씨 등 4명이 주도적으로 성폭행하는 사이 나머지 남학생들은 망을 보거나 피해자들의 팔을 붙잡아 성폭행을 쉽게 하도록 도왔다. 또 자신들 역시 성폭행을 시도했다가 피해자의 반항으로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1차 범행을 저지른 지 8일 뒤 가해자들은 A 양과 B 양을 다시 같은 장소로 불러내 술을 먹였다. 이번엔 가해자가 22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그중 김 씨 등 6명은 이번에도 번갈아 가며 정신을 잃은 A 양과 B 양을 성폭행하는 등 2차 범행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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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해 22명의 범인을 모두 검거한 김장수 형사. (KB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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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5년이 지나서야 기소됐나

사건 발생 후 1년 뒤인 2012년 8월 도봉경찰서는 사건을 인지했다. 다른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하던 중 우연히 이 사건에 대한 진술이 나왔던 것.

사건을 담당했던 김장수 형사는 피해자를 알아내 찾아갔으나 아무런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사건의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던 아이들은 가족과 다른 사람이 피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워 입을 꾹 다물었고, 사건은 결국 내사 종결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 형사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경찰서로 전출된 뒤에도 약 3년간 피해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속적으로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김 형사가 연결해 준 상담센터에 다니던 아이들은 그렇게 마음의 문을 열었고, 끔찍했던 기억에 대해 힘겹게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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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 누비고, 직장서 돈 벌고, 군대 가고…'평범한 사람'인 척 지내던 악마들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만인 2016년 3월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 가해자들을 고소했다. 성인이 된 가해자 22명 중 일부는 대학생이 돼 캠퍼스 생활을 누리거나 직장에 들어가 돈을 벌었고, 나머지는 일반 청년들처럼 군 복무 중이었다.

이들 중 주범인 김 씨, 한 씨 등을 포함한 4명은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됐고, 공범 6명은 특수강간 미수 및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군 복무 중이던 피의자 12명은 소속 부대 헌병대로 인계됐다.

5년 만에 갑자기 조사를 받게 된 피의자들은 대부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되레 생사람을 잡는다고 펄쩍 뛰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서로 분리돼 조사를 받는 시간이 길어지자 진술은 엇갈렸고, 가해자들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더니 나중엔 대부분이 혐의를 인정했다. 가해자들은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그땐 어려서 그렇게까지 큰 잘못이었는지 몰랐다"고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가해자의 엄마 중에는 '5년이나 지난 일을 왜 이제 와서 들추냐', '성폭행의 증거가 어딨냐'고 따지거나, '아들이 출근할 수 있게 풀어달라'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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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에게 욕설· 난동…끝까지 반성은 없었다

2016년 8월 26일 첫 재판이 열렸다. 경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한 가해자들은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태도를 바꿨다. 불구속 기소된 6명 중 5명은 "초안산에 올라가긴 했으나 다른 피고인들의 범행 사실을 전혀 몰랐다", "나는 사건 당일 현장에 가지도 않았다" 등의 주장을 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017년 1월 20일 1심 재판부는 주범 4명 중 2명에게 징역 7년과 6년을, 나머지 2명에게는 각각 5년을 선고했다. 다른 가해자 2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 또 다른 피고인 5명은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 중 한 가해자는 선고를 받고 의자를 발로 차거나 판사를 향해 욕설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가해자들의 부모들도 "너무 가혹하다"며 판사를 향해 소리치다가 제지를 받았다.

가해자들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같은 해 6월 22일 2심 재판부는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주범 4명 중 3명의 형량이 각각 1년씩 늘었고, 집행유예를 받았던 2명 중 1명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가해자들은 계속 반성하지 않으며 다시 상고했으나 2017년 10월 26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형량이 확정됐다. 군 복무 중이던 다른 가해자들도 군사법원에서 징역 4년 등 비슷한 수위의 처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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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30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22명을 검거한 김장수 당시 경위(오른쪽)에게 이상원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1계급 특진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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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집념으로 22명 다 잡았다…형 마친 가해자들은 사회 어딘가에

성범죄를 해결해야겠다는 집념으로 최초 첩보 입수부터 4년 동안 수사 의지를 버리지 않고 사건을 해결한 김장수 형사에게는 포상으로 1계급 특진이 주어졌다.

김 형사의 적극적이고 끈질긴 수사의 성과는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비교돼 회자된다. 밀양 사건 당시 피해자는 수사 과정에서 형사로부터 "너희가 밀양 물 다 흐렸다", "네가 먼저 꼬리 친 거 아니냐" 등 2차 가해성 발언을 들으면서 더 큰 고통을 받아야 했다.

현재 초안산 악마들은 모두 형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 상태다. 형법에 따르면 판결 이전 피고인이 구금(미결구금)된 기간은 확정판결 후 전체 형량에서 제외되므로, 최초 구속 시점인 2016년 6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무거운 형인 7년 형을 받은 가해자도 지난해 형기를 끝마치고 출소했다.

syk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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