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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中 스파이’ 의혹 필리핀 여시장, 중국인으로 확인… “지문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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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앨리스 궈 필리핀 밤반 시장. /앨리스 궈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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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중국 스파이’ 혐의를 받는 앨리스 궈(35) 밤반 시장이 중국인으로 파악됐다. 현지 수사당국의 조사 결과 궈 시장 지문은 2003년 필리핀으로 입국한 중국인 여성과 지문이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밤반은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에 위치한 조용한 시골 마을로 타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궈 시장에게 스파이 의혹이 제기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대립 중인 만큼 궈 시장의 거취에 대한 문제 역시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28일(현지 시각)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사 온티베로스 상원의원은 전날 성명을 내고 궈 시장 지문이 중국인 여성 궈화핑의 지문과 일치하는 것으로 필리핀 국가수사청(NBI)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온티베로스 의원에 따르면, 궈화핑은 13세 때인 2003년 1월 중국인 여권을 소지하고 특별투자거주비자로 필리핀에 입국했다. NBI가 지문 등 생체정보 대조 조사를 진행한 결과, 궈 시장과 궈화핑이라는 중국인 여성의 지문이 일치했다고 한다.

셔윈 가찰리안 상원의원도 필리핀 투자위원회와 이민국에서 입수한 궈화핑 명의 특별투자거주비자 사본과 중국 여권 사본을 근거로 궈 시장이 중국인 궈화핑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가찰리안 의원이 제시한 비자에는 궈 시장과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실려 있으며, 여권에는 궈화핑이 1990년 8월 31일 중국 푸젠성에서 태어났다고 기재되어 있다.

온티베로스 의원은 궈화핑이 ‘앨리스 궈’라는 이름을 한 필리핀인으로부터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온티베로스 의원은 “궈화핑이 중국인이면서 필리핀 시민 신분을 부정하게 얻어서 시장직에 출마, 아주 힘 있고 영향력 있는 필리핀인들의 신뢰와 우정을 얻었다”며 “그가 필리핀인으로 가장한 것은 밤반시 유권자와 정부 기관, 모든 필리핀인을 크게 모욕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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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궈화핑 명의의 중국 여권과 특별투자거주비자, 비자의 사진 사본. 사진은 앨리스 궈 시장과 동일인으로 보인다. /인콰이어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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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농촌 소도시 밤반의 시장으로 크게 유명하지 않았던 궈 시장은 지난 3월 당국이 시장실 바로 뒤에 위치한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을 단속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 도박장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번창했는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이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긴장 관계가 형성되면서 면밀한 조사를 받게 됐다고 한다.

단속 결과 이곳은 사람 수백 명을 가둬놓고 이성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 사기 범행을 시키는 소굴로 밝혀졌다. 당국은 이곳에서 중국인 202명과 다른 외국인 73명을 포함해 감금된 약 700명을 구출했다.

문제는 궈 시장이 이곳 업장 7만9000㎡ 부지 가운데 절반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궈 시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헬리콥터도 보유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궈 시장의 출신 배경과 경력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으면서 중국 스파이 의혹이 불거졌다. 궈 시장의 과거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을 뿐더러, 그는 시장으로 당선되기 불과 1년 전인 2021년 밤반에서 유권자 등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온티베로스 의원은 “궈 시장과 같은 미스터리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필리핀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중국이 심어놓은 ‘자산’ 아니냐”고 했었다.

이번에 궈 시장 지문이 중국인 궈화핑 지문과 일치한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궈 시장의 공직 박탈과 관련한 재판은 앞당겨질 전망이다. 메나르도 게바라 법무부 차관은 “궈 시장에 대한 소송은 이르면 다음달 제기될 것”이라며 “이번에 나온 지문 증거는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것을 다른 기존 증거와 연결하여 일관된 그림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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