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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윤상현 “권력에 줄도 서 봤지만… 배운 건 국민 보고 정치하자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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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당대표 후보 인터뷰] [4]

국민의힘 7·23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윤상현(62) 후보는 본지 인터뷰에서 “한때 권력에 줄 서보고 줄도 세워 봤지만 결국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보고 정치하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전할 후보는 신뢰를 바탕으로 쓴소리를 해온 윤상현밖에 없다”고 했다. 윤 후보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친윤·친한 계파 줄세우기는 (당내 세력 간) 관계 악화의 싹을 틔울 것이고 이는 과거 친박·비박 대립보다 10배 이상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며 “특히 한동훈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당정 관계가 대단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와 인터뷰는 지난 28일 오후 7시 40분부터 조선일보사 인터뷰룸에서 진행됐고, 30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尹에 바른 소리 전할 사람은 나뿐”

-왜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나.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에서 내리 5선을 했다. 수도권 험지에서 처절하고 절박하게 ‘이기는 선거’를 경험했기에 국민의힘이 ‘이기는 정당’이 되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년 8월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했는데.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의원으로 대변되는 젊은 세력, 안철수 의원으로 대변되는 중도 세력이라는 두 축을 잘라내는 ‘뺄셈 자해 정치’의 폐해가 컸다. 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제 위기가 대단히 높은 걸 보면서 총선 패배를 직감했다. 그래서 작년 8월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하며 정확한 진단을 하고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당정) 지도부는 하지 않았다.”

-다른 세 후보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은데.

“20·21대 총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복당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적 동면기가 길어졌다. 또 치열한 수도권 선거에 매진하다 보니 (중앙 정치를 할) 여력이 없었다. 이번 전당대회가 중앙 정치에 오르는 데뷔전이다. ‘아래로부터의 보수 혁명을 하자’는 내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면 판세가 달라질 것이다.”

조선일보

국민의힘 7·23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윤상현 후보가 지난 28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친윤·친한 줄 세우기는 당에 파탄적”이라며 “당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 광주(光州)에 제2당사를 만들어 호남인을 공략해야 한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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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지원 세력이 있나.

“친윤·친한 줄 세우기는 당에 파탄적이다. 나도 박근혜 대통령 시절 (권력에) 줄 서기도 했고 줄을 세워도 봤지만 남는 건 하나도 없다. 당시 친박 그룹 핵심 중에 (현역 의원으로) 나만 살아 있다. 그나마 마지막에 국민을 보고 정치하자고 결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와 함께 당 혁신을 이끌 건가.

“이 당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 깨어 있는 당원과 시민이다. 그분들이 우리 당 의원들의 고질적인 병폐와 잘못된 인식을 바꿔달라는 거다. 그래서 이번에 당원과 시민으로 구성된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왜 보수 혁명을 주장하나.

“수도권 험지에서 정치하면서 왜 보수 혁명을 꿈꾸느냐? 이걸 안 하면 내 정치적 생존도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치·세대 지형은 4년 뒤에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당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 광주(光州)에 제2당사를 만들어 호남인을 공략하고, 청년층과 40·50대를 위한 정책도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실세로 꼽혔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모실 때 ‘대통령이 곧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새벽부터 나가서 전략을 짜고, 스피커 역할을 하고, (의원들을) 줄 세워도 봤다. 다른 얘기하는 사람에겐 전화해서 야단도 쳐봤다. 하지만 사실 박 전 대통령과 제대로 소통한 적이 없었다. 휴대전화 번호도 몰랐다. 대부분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통했다. 탄핵 사태를 겪고서 ‘권력이 민심의 바다 위에 서지 않으면 망한다’ ‘권력은 겸손해져야 한다’는 걸 느꼈다. 이후 ‘권력을 보고 정치하지 말자. 국민을 보고 정치하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조선일보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윤상현 의원.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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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게는 할 말을 할 수 있나.

“대통령에게 민심의 따가운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을 뵙고 놀란 건 상황의 엄중함을 잘 모를 때가 많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지난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대통령은 ‘한번 해볼 만하다’고 했다. 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17%포인트 차로 지는 결과가 나왔는데, 그걸 아무도 말씀 안 드린 거였다. 대통령을 어려워하는 거다. 그런데 나는 대통령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에게 직언한 적이 있나.

“윤 대통령에게 수시로 내 의견을 전달한다. 직접 만나 말씀드릴 기회도 있었다. 총선 패배 이후 국무회의에서 입장을 밝힌다고 해서 내가 ‘기자실에 직접 찾아가서 질문을 받아야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선제적으로 만나야 한다’고 했다. 어떤 때는 의견 충돌도 있지만 두터운 신뢰가 있으면 결국에는 다 받아들인다.”

-한동훈 후보는 대통령과 신뢰가 없다는 건가.

“한 후보가 대통령과 오랜 기간 함께해 신뢰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안타까울 정도로 신뢰가 무너져 있는 상태라고 본다. 모래성 같은 신뢰라는 걸 느꼈다. 한 후보는 대통령과 관계를 ‘공적 관계’라면서 ‘사적 관계’와 나눠서 얘기한다. 신뢰 관계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당정 관계가 대단히 어려워질 것이다.”

“한동훈, 尹대통령과 신뢰 무너져”

-유독 한 후보를 강하게 비판한다는 분석이 있는데.

“보수는 염치가 있고 책임을 져야 한다. 한 후보는 총선 패배 후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그런데 두 달여 만에 다시 나와 ‘이기는 당을 만들겠다’고 한다. 대선 패배 직후 다시 등판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같은 궤변적 논리다. 결국 사퇴한 건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고, 당대표 주자 가운데 가장 인기가 좋으니까 출마한 것 아닌가.”

-친윤 그룹 일부에서 원희룡 후보를 돕는다는데.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후보(한동훈)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 누구냐(원희룡)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친윤 핵심 2선 후퇴’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친윤 그룹은 이미 지난 총선을 계기로 국민적인 심판을 받았다.”

-나경원·원희룡·한동훈 후보와 차별점은.

“그분들은 중앙에서 세(勢)를 형성해 당원들한테 내려가는 걸 꿈꾸고, 나는 당원·시민으로부터의 혁명이 일어나야 우리 당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당 체질을 바꾸겠다는 건가.

“저항이 있을 거다. 하지만 총선 패배 후 ‘보수 혁신 대장정’ 세미나를 10차례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할 거다. 보수 혁신의 첫 단계가 나의 당대표 출마이기도 하다.”



☞윤상현

1962년생으로 서울 영등포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정책특보를 맡아 정치에 입문했다. 2008년 18대 총선 때 인천 남구을(현 동·미추홀구을)에서 당선되고서 22대 총선까지 내리 5선을 했다. 2012년 18대 대선 때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경선 공보단장·수행단장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는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원내수석부대표, 사무총장, 청와대 정무특보 등을 지냈고, 지난 대선 경선 때는 윤석열 예비후보 캠프 총괄특보단장을 맡았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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