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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단독] NASA 출신 새 기상청장 "100년만의 폭우, 이젠 30년에 한번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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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9월 5일 장동언 기상청장(당시 기상청 차장)이 대전 서구 한밭수목원에서 열린 기후위기시계 제막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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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서울에 내린 폭우가 올해도 내리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장동언 신임 기상청장은 30일 “기후변화로 여름철 호우 패턴이 바뀌며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며 이런 걱정을 했다. 2년 전의 폭우는 서울에 시간 당 최대 141㎜(동작구)의 비가 쏟아진 ‘500년만의 폭우’를 말한다. 당시 서울 강남역이 침수되고 신림동 반지하 일가족 3명이 사망하기는 사고도 발생했다.

최근 인사로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장 신임 청장은 각종 수치를 근거로 한반도 기후 패턴의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서울대 대기과학과와 동 대학원 석·박사를 거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01년 기상청 연구원이 됐다. 수치예보개발과장, 예보연구과장 등을 지내고 2022년 8월부터 기상청 차장으로 재임한 기후 예측의 베테랑이다.



“100년만의 강수, 이젠 30년에 한 번씩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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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부근 도로와 인도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과 보행자가 통행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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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청장은 “최근 들어 시설물 피해를 줄 정도의 시간 당 50㎜의 비가 나타나는 날이 크게 늘었다. 100년에 한 번 내리는 비가 30년만에 한 번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기후변화다. 장 청장은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10%가량 많아지는데, 한반도의 지면 온도가 지난 100년 만에 2도 높아졌다는 점이 잦은 호우의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청장은 올 여름 폭우를 더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폭염을 좌우하는 기후인자들을 분석한 결과 올해는 폭염이 가장 더웠던 2018년보다는 심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는데, 비는 어디가 최대치인지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날씨와 경주하는 기분…기술 경쟁서 이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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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장동언 기상청 신임 청장(당시 차장)이 전북 부안군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4.8)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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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청장은 “한국은 기상 예측이 어려운 조건을 두루 갖고 있다”며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여서 관측망을 조밀하게 깔 수 없는 데다, 위로는 북한이 있어 국토로 유입되는 기압계 상황을 관측하기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또 국토 63%가 산지여서 비구름을 변질시키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한 변수가 많다고 한다.

장 청장은 “날씨와 술래잡기, 경주하는 기분”이라는 표현도 했다. 예보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변동성이 그보다 더 커졌다는 걸 현장에서 실감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도 패권 경쟁이 안보 분야처럼 심해서 기술 개발이 더 필요하다는 게 장 청장의 소신이다.

장 청장은 “예측 기술이 가장 우수한 곳이 유럽과 영국이다. 우리도 독자적인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면서 세계 6대 기상 강국으로 도약했지만, 날씨 변동성이 큰 만큼 기술 경쟁에 더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야 기후변화 속에서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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