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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프랑스, 극우당 다수당으로 집권 눈앞에…마크롱 결집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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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조기 총선의 1차 투표 결과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이 득표율 1위를 기록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RN은 이 기세를 몰아 2차 투표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다수당 차지뿐 아니라 총리를 배출, 직접 정부 운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전격적으로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결정하며 승부수를 던졌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총선 1차 투표 후 발표된 각종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RN은 좌파 정당들이 뭉친 신민중전선(NFP),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여당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범여권 앙상블에 넉넉히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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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일인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8구청사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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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기관 엘라베의 출구조사 결과 RN은 33%의 득표율로 전체 의석 577석 중 260∼31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IFOP의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RN은 34.2%를 득표해 240∼270석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입소스도 RN이 34% 득표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RN의 실질적 수장 마린 르펜 의원(전 대표)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민주주의가 목소리를 냈다”며 “유권자들이 명확한 투표로 에마뉘엘 마크롱 7년간의 경멸적이고 부패한 권력을 끝내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르펜 의원은 “아직 승리는 아니다”라며 “폭력적인 성향의 극좌 정당손에 프랑스가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2차 투표가 결정적일 것”이라고 투표를 독려했다. 이어 자신들이 집권하면 “프랑스의 재건과 국가의 단합, 화합을 회복하겠다”며 “마크롱이 조르당 바르델라를 총리로 임명할 수 있게 절대 과반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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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당 바르델라.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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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델라는 차기 총리로 유력한 후보로, RN 대표를 맡고 있다. 2022년 총선에서 89석을 얻었던 RN이 이처럼 지지세를 넓힌 배경으로는 프랑스 내 이민자 급증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어진 고물가 등 사회·경제적 불안이 꼽힌다.

RN은 이번 선거 운동에서 의회 다수당을 차지해 총리를 배출하게 될 경우 이민 및 국경 통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외국인 무슬림 범죄자의 추방을 용이하게 하고 속지주의를 폐지하며 불법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국가 의료 지원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민생 관련 공약으로는 에너지 부가가치세 인하, 기본 생필품 부가가치세 폐지 등의 공약을 내놨다. 마크롱정부의 친유럽연합(EU) 기조에서 벗어나 프랑스 주권을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RN의 공약은 전통적 극우 지지층 외에도 여성, 청년층 일부의 마음이 움직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도 이번 선거에 영향을 일부 미친 것으로 보인다. RN은 과거 반유대주의 정당이란 이미지를 안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좌파연합 NFP에 소속된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가 반유대주의를 부추긴다고 공격했다. LFI가 친하마스 성향을 보여 그동안 RN에 적대적이었던 유대인 중에서도 LFI에 돌아서며 RN을 지지하겠다는 기류가 생겼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대로면 마크롱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범여권은 90∼120석, 적게는 60∼90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총선 당시 의석수 245석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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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가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총리관저에서 조기 총선 1차 투표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이날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극우 국민연합(RN)이 득표율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파리=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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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RN이 압승하자 의회를 전격 해산하고 조기 총선 소집령을 발표했다. RN 지지세를 더 빨리 꺾지 않으면 2027년 대선에서 극우가 대권을 쥘 수 있다는 위기감에 던진 승부수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나는 2027년에 극우에 권력의 열쇠를 내주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앞서 두 차례 RN 마린 르펜 후보와 대선에서 맞붙었을 때 ‘극우만은 안 된다’며 자신에게 힘을 실어준 유권자들이 이번에도 극우 집권 현실화에 맞서줄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권자들이 마크롱 대통령의 손을 잡아주지 않으며 가장 큰 정치적 위기를 맞을 상황에 놓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재임한 뒤 추진한 정책들이 거센 비판을 받으면서 오히려 조기 총선 결정이 불만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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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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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치대학 정치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한 필립 모로 쉐보레 교수는 최근 RMC 라디오에 “현재 벌어지는 일을 초래한 장본인이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 여야 정책 노선과 방향의 차이로 인해 마크롱 대통령이 임기 내 추진하려던 각종 개혁 정책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향후 당내 분열과 마크롱 대통령의 지도력 상실도 불가피해 보인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2차 투표에서 RN에 맞서 광범위하고 분명한 민주적·공화적 결집이 필요한 때가 왔다”며 다시 한 번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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