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사전청약 이미 전면중단…대기자들은?
'이제 시작이다'…3기 신도시 불안 꿈틀
올 들어 벌써 두 곳의 민간 사전청약 단지가 '사업 취소'를 선언했습니다. 공사비 인상과 주택 경기 하락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보입니다. 이 탓에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졸지에 빈손으로 다시 청약 시장에 나오게 됐습니다.
불안감은 공공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까지 번졌습니다. 마찬가지의 상황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으니까요. 올 9월 3기 신도시 첫 본청약이 시작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사전청약 난민'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과연 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GTX 역세권' 무색…민간 사전청약단지 사업 취소
최근 경기도 파주 운정3지구 3·4블록에 공급될 예정이었던 주상복합 사업이 취소되면서 2년 전 사전청약을 받은 당첨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이 하루아침에 무너졌습니다. 이 단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운정역 초역세권에 위치하며 총 944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돼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었는데요. 그 결과 지난 2022년 6월 사전청약(총 804가구)을 받을 당시 3블록은 45 대 1, 4블록은 1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공사비가 급등해 사업 여건이 악화하면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토지비도 납부하지 못했는데요. 그렇다고 분양가를 충분히 올리자니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한계가 있었죠. 결국 2년 만에 사업이 백지화되자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순식간에 당첨 지위가 박탈됐습니다.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는 본청약 입주자 모집공고일까지 무주택 자격 등을 계속 유지해야 하고, 다른 청약을 진행할 수도 없습니다.
민간 사전청약 사업취소 단지 현황/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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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자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요. 한 당첨자는 "2년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불리한 청약 조건을 갖고 다시 청약 전쟁에 내몰리게 됐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당첨자는 "아파트 입주에 맞춰 전월세 계획을 짠 사람, 높아진 소득으로 자격을 상실한 사람, 거주 기간을 채우고 타지로 이사를 간 사람 등 모두 당첨자 지위를 상실함과 동시에 정부의 어떤 보호 조치 없이 해당 정책의 피해자가 됐다"고 했습니다.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사업 취소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드러나는데요. 올 1월에도 인천 서구 가정2지구에 공급할 예정이었던 '우미 린' 아파트가 1년 9개월만에 사업을 취소했습니다. 이 아파트는 2022년 4월 278가구의 사전청약을 받고 2023년 3월 본청약, 2025년 11월 입주 예정이었죠. 하지만 본청약과 입주 시기가 차일피일 연기되다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하자 사업을 취소했습니다.
문제는 아직 본청약을 진행하지 않은 사전청약 단지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민간 사전청약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과열된 주택 수요 분산 등을 통해 과열된 시장을 조기에 안정시킨다는 목표로 최초 도입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2021년 11월부터 1년간 총 45개 민간분양 아파트가 사전청약을 진행했지만 아직 절반 이상이 본청약으로 넘어가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들 단지들이 얼마든지 비슷한 과정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관련 기사:[눈물의 분양가]②사전청약 당첨자도…'고분양가 폭탄?'(5월2일)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난민' 번지나?
민간 사전청약 단지에서 피어난 불안감은 '공공 사전청약' 단지까지 번졌습니다.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에서도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공 사전청약을 적극적으로 공급했는데요. 이미 공공 사전청약 단지도 공사비 인상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올 9월 인천 계양에서 3기 신도시 첫 본청약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들 단지의 사업비가 급등하면서 빨간불이 들어왔죠.
인천 계양 A2블록과 A3블록은 3기 신도시 중 가장 먼저 사전청약을 받은 뒤 3월 말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4월 A2블록의 사업비가 2022년 1월 사업 계획 승인 때 보다 25.7%, A3블록은 같은 기간 33.1% 각각 올랐습니다.
사업비가 급등하면 분양가 증액도 불가피할 텐데요. 상한제 적용 단지는 가격 인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 사전청약 단지와 마찬가지로 사업 포기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미 공공 사전청약 단지의 본청약 지연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7월 이후 사전청약을 진행한 단지 99곳, 5만2000가구 가운데 본청약을 완료한 곳은 13곳, 6915가구입니다. 이 중 예정된 시기에 본청약을 시행한 단지는 한 곳에 불과합니다. 지구 조성이나 토지 보상 등의 과정에서 각종 변수가 나타난 탓이죠.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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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이런 문제를 감안해 지난 5월부터 공공 사전청약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전면 폐지'를 선언하면서 올해 계획됐던 약 1만 가구의 신규 사전청약도 없던 일이 됐죠. ▷관련 기사:[인사이드 스토리]사전청약, 안 되는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5월21일)
그중에선 서울 송파구 성동구치소, 서초구 성뒤마을 등 서울 '알짜 단지'들이 포함돼 있어 청약 대기자들의 실망감도 커졌는데요. 사전청약 계획이 무산되면서 이들 단지의 공급 시기를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관련 기사:[집잇슈]마곡·성뒤마을 등 서울 뉴:홈 사전청약 어떤데!(2023년9월25일)
무엇보다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공 사전청약이 진행됐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여러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3기 신도시 공공분양주택의 사업이 취소돼서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난민'이 대규모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데요.
이렇게 되면 주택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서울 주택 공급이 부족해서 개발·조성한 수도권 3기 신도시에서조차 사업이 취소되면 공급 불안이 확산할 수 있으니까요. 공급 불안이 다시 '패닉 바잉'(공황 구매)을 부추기기 전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사전청약은 공급은 부족한데 심리적 안정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편법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불 보듯 뻔한 제도"라며 "아울러 공사비 급등이 맞물리며 사업 진행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특히 서울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3기 신도시 개발에 치명적인 손상이 올 수 있다"면서 "이번 민간 사전청약 사업 취소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벌어질 문제를 미리 보기 한 것으로 이제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급 불안에 추격 매수가 붙을 수 있고, 청약 통장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향후 청약 통장 해지가 가속화하면 주택도시기금이 감소해 또다른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며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이 산산조각 나기 전에 주택 공급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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