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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기고] 제헌절을 공휴일로 다시 지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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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한글 사전에 이렇게 설명돼 있다. ‘국가 통치의 기본방침, 국민의 권리와 의무, 통치기구의 조직 따위를 규정하는 최고의 법이다.’ 맞는 말이다.

광복을 맞이한 지 3년 가까이 된 1948년 5월 10일 최초의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됐다. 이렇게 구성된 제헌 국회는 조직을 완료한 뒤 곧바로 나라의 법적 기초가 될 헌법의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제정을 위한 기초위원으로 30명을 선출했고, 전문위원으로 10명을 위촉했다.

헌법기초위원회가 작성한 제헌 헌법안은 1948년 7월 12일 국회를 통과해 7월 17일 공포·시행됐다. 사흘 후 7월 20일에는 헌법에 따라 국회에서의 간접선거로 대통령과 부통령이 선출되고 7월 24일에는 취임식이 있었다. 광복 기념일인 1948년 8월 15일에는 역사적인 대한민국 정부 수립 선포식이 거행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헌법은 이후 75년 넘게 지나며 파란만장한 변천을 겪어왔다. 헌법이 공포·시행됐다는 국가의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하기 위해 국경일을 정하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1949년 10월에 제정·시행됐다. 그래서 7월 17일 제헌절이 3·1절, 광복절, 개천절과 함께 4대 국경일로 정해졌다. 이후로 2005년 한글날이 국경일로 추가 지정돼 국경일이 5개가 됐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과 별도로 관공서 공휴일 규정이라는 대통령령이 1949년 6월 제정·시행됐다. 당시 관공서 공휴일로 정해진 날들은 다음과 같다. 일요일, 국경일, 1월 1·2·3일, 식목일, 추석절, 한글날, 크리스마스, 기타 정부에서 수시로 정하는 날로 규정됐다.

이와 같이 당초에는 4개 국경일이 모두 관공서 공휴일로 정해졌는데, 2005년 6월 30일 관공서 공휴일 규정이 개정되면서 4개 국경일 가운데 3·1절, 광복절, 개천절만 공휴일로 남게 됐고 제헌절은 제외됐다. 국경일 중에서 역사적 의미나 중요성이 다른 국경일에 비하여 결코 뒤지지 않거나, 혹은 더 강조되어야 마땅할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법제처는 관공서 공휴일 규정을 개정한 이유에 대해 ‘행정기관의 주 40시간 근무제가 2005년 7월 1일부터 도입됨에 따라 공직사회 및 사회 전반의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관공서의 공휴일 중 식목일을 2006년부터, 제헌절을 2008년부터 관공서의 공휴일에서 제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헌절의 역사성과 의미를 뜻깊이 생각하고 음미해볼 때 잘 납득되지 않는다. 상당수 국민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믿는다.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건 나라의 기본법인 헌법을 보호하고 지키려는 호헌(護憲) 준법정신이 경시되어 가는 것 같은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취지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가 선출한 제헌 의원들의 손으로 제정한 헌법을 준수하고 보호하는 호헌 준법정신을 깊이 되새기는 게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 그뿐 아니라 헌법을 파괴하려는 일부 세력들로부터 헌법을 보호하는 데 앞장설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하루속히 제헌절이 공휴일로 환원됐으면 좋겠다. 뜻을 같이하는 국민들과 함께 기원하며 제안하는 바다.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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