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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법없이도 사는법]챗 GPT에게 ‘검사 탄핵’을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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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5월13일(현지 시각)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새로운 인공지능(AI) 모델인 'GPT-4o'(GPT-포오)를 공개했다. / 오픈AI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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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오픈AI의 챗GPT 를 비롯한 인공지능(AI)가 판례나 법령 검색, 초안 작성 등 웬만한 저연차 변호사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위협받는 변호사들도 늘어날 듯 합니다.

언론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사작성에 AI를 활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퓰리처상 최종후보작 45편 중 5편이 AI를 활용한 기사라고 합니다. 자료조사 등의 작업에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인 사례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단순반복적 업무는 대체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징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치판단이 들어간 법률 이슈에 대한 챗 GPT 의 분석 능력은 어떨까요. AI에 정통한 법조인의 도움을 받아 에 최근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검사 탄핵’을 질문해 봤습니다. 제가 시연한 버전은 월 구독료 2만 9000원의 챗 GPT4o 유료버전입니다. 음성입력으로 ‘한국에서 현직 검사를 상대로 야당에서 탄핵 절차를 준비하는 데 대해 항목을 달아 비판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챗 GPT 는 1분도 걸리지 않아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놨습니다.

# 한국에서 현직 검사를 상대로 야당에서 탄핵 절차를 준비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 비판

## 1. 법적 근거와 절차의 문제

### 법적 기준의 모호성

- 현행법상 검사의 탄핵 사유는 매우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주로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에만 탄핵이 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면 탄핵 절차가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 절차의 적법성

- 탄핵 절차는 국회의원들의 동의와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탄핵 시도가 법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 2. 정치적 동기의 문제

### 정치적 이용 가능성

- 야당이 검사의 탄핵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정치적 동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탄핵 절차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으로 비춰질 위험이 있습니다.

### 공정성 훼손

- 정치적 이유로 탄핵을 추진할 경우,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 3.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

### 사법부의 독립성 보장

- 검사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감독을 받지만, 사법부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 사법부와 정치권의 분리

- 사법부는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탄핵 시도가 정치적 압력으로 인식될 경우, 사법부의 중립성과 신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4. 사회적 신뢰와 불안정

### 법적 안정성 저해

- 검사 탄핵 절차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면, 법적 안정성이 저해되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민들의 법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 사회적 분열

- 탄핵 절차는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치적 이유로 탄핵이 추진될 경우, 국민들 사이의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 5. 대체 방안의 부재

### 탄핵 외의 징계 절차

- 검사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탄핵 이외에도 다양한 징계 절차가 존재합니다. 기존의 징계 절차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탄핵은 과도한 조치가 될 수 있습니다.

### 검찰 내부 통제 강화

- 검찰 내부에서의 통제와 감독을 강화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는 탄핵 절차 없이도 검사의 부적절한 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 결론

현직 검사의 탄핵 절차를 준비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법적 근거와 절차의 문제, 정치적 동기와 공정성 훼손,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 사회적 신뢰와 불안정, 대체 방안의 부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탄핵 절차가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탄핵이 실제로 추진될 경우, 이러한 비판을 충분히 고려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떠신가요. 채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챗 GPT 는 법적 근거의 부족, 정치적 이용가능성, 공정성 훼손 등 최근 언론에서 전문가의 코멘트를 빌어 비판하는 내용의 상당 부분을 내놨습니다. 챗 GPT 조차도 ‘탄핵은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았네요.

‘탄핵 외의 징계절차를 검토해야 한다’는 부분은 상당히 공부한 흔적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탄핵 절차는 징계나 형사처벌 등 다른 절차를 먼저 검토한 후 최후수단성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탄핵의 보충성(補充性)’법리를 담은 부분입니다.

물론 챗 GPT 가 검사 탄핵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 ‘사법부의 독립성 보장’을 거론한 부분에 대해선 이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헌법상 신분을 보장받는 판사와 직제상으로는 행정부 소속인 검사는 그 위치가 다르기는 합니다. 챗 GPT 는 ‘검사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감독을 받지만, 사법부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검사가 사법기관은 아니지만, 수사와 기소 권한을 가진 준(準)사법기관으로 외부 세력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표현한 겁니다. 아직까지는 다소 세련미가 부족하지만, 적어도 검사 탄핵을 비판하는 검사들의 입장문에 “어느 행정기관이 국회에 대드냐”라고 하는 검사출신 모 초선의원보다는 훨씬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며 점잖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작업을 마친 시간이 채 1분도 안 걸렸다는 사람이 한다면 검사의 헌법적 지위를 분석하고 관련 법령과 신문기사를 찾고 자기의 생각을 정돈하기까지 족히 몇시간은 걸렸겠지요. 질문자의 수준과 지식 정도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겠지반, 적어도 제가 경험한 챗 GPT는 시간 대비 가공할 만한 처리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제대로 활용한다면 법률업무와 기사작성업무, 그 둘을 결합한 업무 영역에서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월 2만 9000원의 구독료를 전화요금처럼 생활 필수비용으로 감안해야 할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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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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