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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상법 개정 ‘이사 충실의무’ 논란…대주주 편향 기업의 후진성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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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보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경향신문

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4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상법 개정’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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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엔 피해 없고 소액주주 손실
엉터리 의사결정 법으로 막아야
경영권 공격에 악용은 어불성설
가치 높이는 것이 방어에도 유리

지배주주의 솔선수범 선행되고
정책·법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정부, 대기업에 끌려다니는 형국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상승)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는 신속한 경영판단이 어려워지고 경영권 공격 세력에게 악용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가 프런티어 시장(미개척 시장)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이사회 중심으로 토론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의사결정을 한다면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단언했다.

이 회장은 삼성증권 초대 리서치센터장, 글로벌 금융투자회사인 메릴린치의 한국 공동대표 등을 거쳐 올해 초 비영리 사단법인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을 맡아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가치 제고 운동을 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4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을 재계가 반대하는 것에 대해 “경영진과 이사가 엉터리로 의사결정을 해왔기 때문에 논란이 될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LG화학에서 물적분할 후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이사회의 결정으로 회사에는 피해가 없지만 주가가 폭락해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면서 “사내이사는 지배주주가 뽑고 사외이사는 독립성이 결여되다 보니 제대로 이사회가 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법 제도가 있거나 판례로 굳어져 회사 경영과 의사결정에 기본으로 돼 있지만 우리는 지켜지지 않으니 법으로 규제를 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일상적 경영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총주주수익률이 5%에 그치고 선진국에서 최하위일 정도로 성과가 없다”며 “그 점에 대해 반성하고 설명하는 것이 우선인데,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라고 짚었다. 그는 “미국 애플이 이사회 의사결정을 통해 몇 조원을 투자한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접었지만 애플 주주가 이에 대해 소송을 걸진 않는다”며 “이사가 주의의무를 갖고 신의성실 원칙으로 임했을 경우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돼 소송 리스크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경영권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봤다. 그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경영권 공격이 없는 것처럼 기업가치를 높게 유지하면 된다”며 “상식에 근거해 성장을 하고 주가를 높이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3일 정부가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해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최대주주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발표한 데 대해선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평했다. 이 회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지배주주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있기 때문에 지배주주가 먼저 주주환원을 시정하는 등 솔선수범을 보이고 정부와 국회가 (움직이는 것이) 순서에 맞다”며 “대기업에 끌려가는 관료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는 기업의 ‘소유’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20~30%의 지분을 소유하는데 마치 100% 자기 회사인 것처럼 행동하며 배당을 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가를 낮게 유지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배임”이라며 “그런 마인드라면 애당초 상장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장사 간 선의의 경쟁”이라며 모범 사례로 금융업종을 꼽았다. 그는 “금융업은 모두 지배주주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배주주 없는 곳은 잘하고 있으니 지배주주가 있는 것이 문제라는 정답이 나온다”면서 “그렇지만 주주평등 원칙을 강조하는 메리츠금융처럼 지배주주가 있어도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의지와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 이 회장은 “개인투자자를 만족시켰을진 모르지만 한국 증시는 신흥시장도 아닌 프런티어 시장이라는 인식을 더 각인시켰다”며 “빨리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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