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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2 (월)

“새아빠의 성폭행, ‘노벨상 작가’ 엄마가 방관했다”… 딸의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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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캐나다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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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앨리스 먼로가 사후 친딸의 폭로로 가족사 논란에 휩싸였다. 딸이 어릴 적 의붓아버지에게서 성학대를 당한 사실을 알고도 먼로가 자신의 명성을 위해 이를 방관했다는 내용이다.

7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먼로의 딸 앤드리아 로빈 스키너는 이날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 스타에 게재한 글에서 “내 이야기가 사람들이 내 어머니에 대해서 말하는 이야기들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스키너는 자신이 9세이던 1976년 계부 제럴드 프렘린의 성학대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50대였던 프렘린은 스키너가 자고 있던 침대 위로 올라가 그를 성폭행했다. 스키너는 친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아버지는 이 사실을 먼로에게 말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후 몇 년 동안 프렘린의 성학대가 이어졌다고 한다. 스키너는 프렘린이 차를 타고 갈 때 성기를 노출하거나 먼로의 성욕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가 좋아하는 이웃집 어린 여자아이들에 대해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일로 스키너는 편두통, 불면증, 폭식증 등에 시달렸다.

먼로는 그사이 한 단편소설에서 의붓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후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책이 나오자 스키너는 20대가 된 이후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나 먼로는 딸에게 연민을 나타내기는커녕 마치 스키너가 불륜을 저지른 듯 반응했다고 한다.

이후 먼로는 잠시 프렘린을 떠났다. 이에 프렘린은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 자신의 성적 학대를 인정하면서도 스키너가 먼저 유혹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돌렸다. 스키너를 ‘가정 파괴범’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먼로는 프렘린에게 다시 돌아와 2013년 남편이 숨질 때까지 그의 곁을 지키며 부부 생활을 이어갔다.

스키너는 2005년 경찰에 30여년 전 겪은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온타리오주 법원은 당시 80세가 된 프렘린에게 성추행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스키너는 어머니의 명성 때문에 “침묵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스키너는 “엄마는 자신이 (성적 학대 사실을) 너무 늦게 들었으며, 그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말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났든 그건 나와 내 의붓아버지 사이의 일이라는 데 단호했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사후에 이같은 폭로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원했던 것은 진실에 대한 기록과 내게 일어난 일이 내가 마땅히 겪었어야 했던 것이 아니라는 공개적인 입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게 일어난 일의 현실, 진실을 마주한 내 어머니가 나를 학대한 사람 곁에 계속 머물고 그를 보호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또 다른 인터뷰, 전기, 행사를 보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먼로는 지난 5월 9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주로 여성에 대한 글을 썼으며, 2013년 캐나다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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