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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2 (월)

‘영등포 건물주 살해교사 혐의’ 모텔 업주 1심서 징역 2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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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9일 모텔 주인 조모 씨에 징역 27년 중형 선고

지적장애인 직원 가스라이팅 통해 피해 건물주 살해교사 혐의

헤럴드경제

서울남부지법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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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지적장애가 있는 직원을 심리적으로 지배해 80대 건물주를 살해하도록 교사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모텔 주인에게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9일 살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44) 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모텔을 운영해 온 조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모텔의 주차관리 직원이던 지적장애인 김모(33) 씨에게 80대 건물주 유모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도록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를 없애고자 하는 감정적·경제적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며 “피고인에게 감정적으로 의지하고 손 쉽게 조종당하는 김씨의 상황 등 다양한 증거를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이 자신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김씨에게 상당한 기간에 걸쳐 피해자에 대한 험담과 이간질을 통해 살해를 결의하게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범행 결의 이후 증거를 인멸하고 가담한 사실도 인정된다”며 “지적장애가 있는 김씨에게 직·간접적으로 교사해 피해자를 살해하게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은 상당히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범행 도구를 숨기고 멋대로 CCTV를 꾸미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며 “수차례 거짓말을 했고 이 법정에서도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지속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고, 그 유족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며 “김씨의 지적장애를 악용해 모텔에서 일을 시키면서도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고, 김씨의 얼마 되지 않는 장애인 수당 등을 월세 명목으로 편취하기까지 했다. 나아가 그러한 김씨를 이용해 본인의 이익을 위해 범행하도록 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유씨로부터 모텔 주차장을 임차해 쓰던 중 2022년 9월부터 영등포 일대 재개발 문제와 관련해 갈등을 빚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유씨에게 앙심을 품은 조씨는 김씨에게 “유씨가 너를 욕했다”는 등의 거짓말로 이간질을 해 유씨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갖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범행 현장의 폐쇄회로(CC)TV 방향을 돌려놓은 채 김씨가 유씨를 살해하도록 한 뒤 김씨를 도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조씨는 “김씨가 혼자 우발적으로 살인한 것”이라고 범행을 부인했으나, 검찰은 조씨가 김씨에게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가스라이팅을 통해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4년 전 김씨에게 일자리를 주며 “나는 네 아빠로서, 네 형으로서 너를 위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가스라이팅을 일삼고 노동력을 착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또한 김씨가 모텔이 아닌 주차장에 있는 간이 시설물에서 살았는데도 모텔 숙박비 명목으로 김씨의 장애인 수급비까지 뜯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20년 7월부터 약 3년 4개월 간 모텔과 주차장을 관리했지만, 아무런 임금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 조씨를 살인교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한 검찰은 지난달 1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편 유씨를 살해한 김씨는 지난달 4일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김 씨는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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