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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디즈니·에르메스도 찾아왔다 “K유산이 제일 힙하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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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마케팅 나서는 명품·게임회사·K아이돌

조선일보

뉴진스가 지난 5월 K팝 걸그룹 최초로 경복궁 근정전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단삼 저고리와 스란치마, 대란치마를 재해석한 의상을 입고, 버선 스타일의 신발을 신어 한국적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국가유산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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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한복 입은 엘사, 댕기 머리 인어공주를 보게 될지 모른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지난달 7일 서울 창덕궁 가정당에서 국가유산청과 협약을 맺었다. 디즈니가 보유한 캐릭터와 한국의 문화유산을 소재로 다양한 콘텐츠와 상품을 세계에 선보인다는 내용이다. ‘미녀와 야수’ ‘겨울왕국’ ‘인어공주’ 등 디즈니 대표 애니메이션이 ‘K유산’과 결합해 각종 전시, 관광, 엔터테인먼트에 활용될 전망이다.

11일 오전에는 스타벅스코리아가 국가유산청과 협약을 맺고, 앞으로 5년간 1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서울 중구 스타벅스 환구단점에서 판매하는 상품 한 개당 300원씩을 국가유산 보호 기금으로 조성하고, 다양한 유산 보호 활동도 전개한다.

‘K헤리티지’를 활용한 마케팅 전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 명품 브랜드에 이어 K팝 아이돌 그룹까지 가세했다. 문화유산계에서는 “IP(지식재산권) 활용에 까다로운 디즈니까지 우리 유산을 활용하기로 나선 건 이례적”이라며 반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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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경복궁 사정전 내부에 전시된 장인들의 재현품. 에르메스와 아름지기가 후원했다. /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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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지음’ 조은희, 박성배 셰프가 만든 ‘석류 떡국’. 지난 2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 팝업 레스토랑 ‘우리 루이비통’에서 선보였다. /루이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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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가 왜 K유산 후원?

에르메스는 재단법인 아름지기와 함께 궁궐 전각을 정비하고 집기를 재현하는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있다. 덕수궁 함녕전, 즉조당에 이어 올해는 경복궁 사정전 내부 기물을 장인의 손길로 재현했다. 샤넬은 ‘K공예’에 주목했다. 재단법인 예올과 손잡고 2022년부터 5년간 무형유산 장인과 공예가들을 후원한다. 루이비통은 ‘K푸드’에 관심을 갖고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최고급 한식을 주제로 한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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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기태 명장이 '보테가 포 보테가스'에 선정되며 만든 방패연 작품. /보테가 베네타


이탈리아 패션 업체 구찌는 작년 5월 경복궁 근정전에서 패션쇼를 열어 화제가 됐다. 2024년 크루즈 컬렉션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는 장소로 우리나라 경복궁을 선택한 것이다. 보테가 베네타는 전 세계 소규모 장인 공방을 조명하는 ‘보테가 포 보테가스’에 한국 전통 방패연을 만드는 리기태 장인의 공방을 지난해 선정했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K유산을 후원하는 이유는 뭘까. 윤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은 “한땀 한땀 빚어내는 기술, 장인에 대한 존중이 명품 브랜드들의 역사와 자부심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며 “유구한 전통문화를 가진 우리 문화유산의 품격이 명품의 고급 이미지와도 통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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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지난해 서울 경복궁 근정전에서 연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런웨이를 하고 있다.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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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은 글로벌 기업이 해당 국가에 깊이 녹아들기에도 좋은 전략이다. 독일 스포츠카 기업 포르쉐코리아는 지난해 독일 함부르크 로텐바움 박물관에 소장된 고종 황제의 선물 3종(갑옷·투구·갑주함)을 재현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게임회사 라이엇게임즈가 10년 넘게 한국 문화유산 환수에 후원한 돈은 84억원에 달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문화유산을 후원함으로써 기업의 상품을 ‘문화’로 바라보게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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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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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가 지난 5월 K팝 걸그룹 최초로 경복궁 근정전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국가유산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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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개 힙하다” 굿즈도 인기

글로벌 K팝 열기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걸그룹도 K유산을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아이브는 신곡 ‘해야’ 뮤직비디오에 한복과 노리개, 비녀를 활용했고, 뉴진스는 BTS에 이어 K팝 걸그룹 최초로 지난 5월 경복궁 근정전에서 공연을 펼쳤다. 진나라 국가유산진흥원 공예산업진흥실장은 “해외 관광객뿐 아니라 국내 2030 세대도 전통문화를 낯설고 힙한 것으로 즐긴다”며 “궁궐이나 온라인에서 살 수 있는 전통문화 상품의 연간 판매액이 지난해 처음으로 100억원을 돌파했다. 방짜 유기, 화각함 같은 고급 상품뿐 아니라 부채, 램프, 열쇠고리 등이 고루 인기가 많다”고 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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