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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청년' 김일혁 "탈북민 지원은 통일 예습...K문화가 北 정권 붕괴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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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일혁 북한연구소 연구원이 1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본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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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탈북민)에 대한 정착 지원은 통일을 예습하는 것과 같아요."


탈북청년 김일혁(29) 북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탈북민 지원 정책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거주 탈북민의 수가 3만 명을 넘어선 만큼, 이들의 안정적인 안착을 돕는 것은 통일 이후 벌어질 남·북한 주민들 간의 갈등해소와 봉합을 위한 예행연습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다.

정부의 '북한이탈주민의 날(7월 14일)' 제정을 기념해 서울시가 지자체 중 처음으로 주최한 '북한인권 서울포럼'에 참석한 김 연구원을 지난 11일 행사 시작 전 만났다. 2011년 16세 때 가족과 함께 탈북한 그는 지난해 8월 미국 뉴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자리에서 북한 인권의 실상을 증언했다.

탈북한 지 13년째인 그는 정부의 탈북민 지원이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가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김 연구원은 "얼마 전 카페 옆자리에 있던 분들이 오물 풍선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그동안 (남북한이) 따로따로 잘 살지 않았느냐'고 안 좋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북한의 도발이 탈북민과 통일에 대한 부정적 시선으로 연결돼 안타깝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탈북민 지원이 남한 사회에 대한 탈북민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남한에 온 탈북민이 온전히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에서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 기간 동안 지역 사회가 중심이 돼 격려와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이나 재입북 등) 잘못된 선택을 하는 분들을 보면 의지할 곳이나 주변의 지지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안정감이 적응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경제적 지원은 물론 정서·심리적 보살핌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 이른바 K컬처 확산이 남·북한의 심리적 장벽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김 연구원은 "2005년 북한에서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한국 드라마를 본 게 한국에 대한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소개하며 "최근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탈북민이 나오는 것처럼 아이돌을 꿈꾸는 북한 MZ세대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어 한국 문화를 접한 사람들을 강하게 처벌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역설적으로 "북한 내부가 (K컬처로) 엄청나게 요동치고 있다는 뜻"이라며 "한국 문화 유입이 많아질수록 북한 정권의 붕괴 속도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또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을 계기로 탈북민과 통일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밸런타인 데이, 화이트데이 등 매월 14일마다 기념하는 날들이 있잖아요. 연인을 챙기는 날이 당연히 여겨지는 것처럼 한국 사람들이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통해 탈북민에 대한 안 좋은 견해나 인식, 거리감을 좁혔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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