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시청역 참사 계기로 본 ‘급발진’ 의심 사건들
전문가들이 말하는 급발진 상황 대처법
브레이크 정확하게 밟으면 무조건 멈춰… 시동 걸 때 굉음 나면 전조 증상 의심
도로에선 연석 긁으며 제동 거는 게 방법… 가로등 받으면 에어백 작동 안 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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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 갑작스러운 급발진 의심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운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동아일보는 자동차학과 교수, 교통 관련 연구원,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등 전문가 4인에게 대처법을 물어봤다. 이들은 ‘양발로 브레이크 밟기’를 정석으로 꼽았다.
● “양발로 브레이크를 힘껏 밟아야”
‘급’발진은 말 그대로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차량 엔진 출력이 높아지며 가속이 시작되는 현상이다. 전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급발진 직전에 비정상적인 변화가 감지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아직까지 급발진 전조 증상이라고 확실히 규명된 것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차가 평소와 달리 이상하다면 선제적으로 의심해 보라”고 했다.
가속 페달을 일정하게 밟는데 엔진 RPM(엔진 분당 회전수)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등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급발진 징조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엔진에 원료를 공급하는 장치에 이상이 생겼을 수 있다. 이는 급발진을 부르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시동을 건 뒤 평소처럼 ‘부르릉’ 소리가 아니라 굉음이 나면 역시 급발진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어떤 경우라도 브레이크를 정확히만 밟으면 차는 멈춘다”고 했다. 브레이크를 두 발로 최대한 힘껏 밟는 게 모범 답안이다. 가속 페달을 밟은 건 아닌지 여부를 착각할 여지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가속 페달이 바닥 매트에 낀 경우, 브레이크 아래 음료수 캔이 끼어 있었던 경우, 엔진오일 역류로 출력이 갑자기 높아지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있다”며 “어떤 때든 브레이크를 두 발로 밟으면 제동력은 낮더라도 무조건 정차한다”고 했다.
● “전방에 빈 승용차 보이면 트렁크 추돌해라”
브레이크가 먹통이라면 차량이 더 가속되기 전에 최대한 전방을 살펴서 크고 넓은 면적의 찌그러질 만한 물체를 들이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안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주차 차량의 후면을 박는 게 최선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대형 트럭이나 트레일러처럼 내 차보다 강하거나, 추돌할 경우 오히려 큰 피해가 벌어질 만한 차량은 피해야 한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정차시키는 게 안 될 때는 트렁크가 있는 승용차에 들이받는 게 낫다”며 “트렁크 공간이 찌그러지면서 완충 작용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면적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교수는 “가로등을 들이받으면 에어백 센서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장효석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운전자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측면 공략’을 조언했다. 장 연구원은 “도로 연석을 긁으면서 차량 바퀴에 제동을 가해 주는 게 우선”이라며 “여의치 않으면 가드레일, 건물 가벽이라도 정면 아닌 측면으로 긁는 식으로 박아야 한다”고 했다.
● 페달 브레이크 영상 있으면 유리
이런 대처법마저 떠올릴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일 때는 아예 페달을 밟지 않는 방법도 있다. 자동차급발진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급발진 시엔 아무리 운전 베테랑일지라도 머리가 하얘진다”며 차라리 어떤 페달도 밟지 않을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안 들으니 ‘잘못 밟았다’고 생각해 순간적으로 반대로 발을 옮겨 가속 페달을 밟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아예 아무것도 밟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운전자의 페달 조작 장면을 녹화하는 ‘페달 블랙박스’ 장착을 권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김 교수는 “수 초 만에 끝나는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가 내놓을 증거가 거의 없다”며 “페달을 찍는 영상이 있으면 결백을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교수는 “사고 진위 규명만을 위해 비싼 페달 블랙박스를 사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며 “저렴한 후방카메라를 발밑에 달면 충분하다”고도 했다. 정 변호사는 보험 가입도 추천했다. 정 변호사는 “자차(자기차량 손해)보험, 자동차상해보험 등은 급발진 등 모든 상황을 망라해 본인 과실이라도 보상받을 수 있으니 대비가 된다”고 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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