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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8 (수)

구속 기로에 선 김범수···카카오, 경영쇄신·신사업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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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영장 청구···22일 실질심사

SM엔터 주식 시세조종 혐의

주식 대량보유 미보고 의혹도

김 위원장 측 "불법행위 없어"

CA협의체 등 쇄신 차질 우려

AI 신사업도 동력상실 불가피

검찰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주식 시세조종’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035720)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카카오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하이브(352820)의 SM엔터 인수를 방해하기 위해 주식 시세를 조종했다고 판단했으나 카카오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있으나 혹여 구속으로 이어질 경우 경영 쇄신과 신사업 추진 등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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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충분한 증거 확보”=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2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같은 해 2월 16~17일과 같은 달 27~28일 등 나흘에 걸쳐 약 2400억 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하면서 총 553회에 걸쳐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 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도 제기된다. 같은 해 2월 28일은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매수 마감일로, 당시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12만 7600원으로 마감되자 하이브는 인수를 포기했다. 하이브는 같은 날 기타 법인의 SM엔터 주식 대량 매수를 “비정상적 매입 행위”라고 주장하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이달 9일 김 위원장을 소환해 20시간 넘는 고강도 밤샘 조사를 벌였다. 김 위원장의 검찰 소환은 지난해 11월 15일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이 김 위원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약 8개월 만이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시세조종 공모와 관련된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위원장, 혐의 전면 부인=김 위원장은 지난해 SM엔터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의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며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향후 영장 심문 과정에서 이를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구속을 피하더라도 카카오그룹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검찰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른바 ‘콜 몰아주기’ 사건과 김 위원장과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도 살피고 있다.

◇카카오 사법 리스크 최고조=최근 직접 경영 쇄신을 진두지휘해온 김 위원장이 구속 기로에 서며 카카오그룹의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김 위원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경영 쇄신 작업과 신사업 추진을 이어갈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 총수 부재 상황에 처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카카오 공동체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경영쇄신위원회’를 발족하고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2022년 3월 글로벌 사업 추진 등을 이유로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사임한 후 1년 8개월 만에 사실상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이다. 올해 초에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함께 CA협의체 의장을 맡았고 산하 5개 위원회를 만들었다. 아울러 준법과신뢰위원회를 발족하고 책임 경영을 강화했으며 주요 계열사 임원을 대거 교체했다. 김 위원장이 구속될 경우 이 같은 경영 쇄신 활동의 구심점을 잃게 된다.

또 김 위원장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인수합병(M&A)은 물론 계열사 매각, 신사업 추진 등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2월 사법 리스크 여파로 카카오페이(377300)의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계열사가 크게 늘어난 카카오그룹은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몸집 줄이기를 진행 중이며 카카오게임즈(293490)와 카카오VX 등의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부재하더라도 당장 사업적으로는 큰 타격은 받지 않겠지만 미래 먹거리 발굴과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한 M&A 등 굵직한 의사 결정에는 지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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