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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 (목)

강경파 물리치고 더욱 '대중적'으로…공화당 '완전접수'한 트럼프의 집권 플랜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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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쉽] 진보 인사가 '두렵다' 평가한 트럼프 공화당의 정강정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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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을 위한 행보를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공화당 정강정책(Party Platform)의 2024 개정판을 지난 8일 채택한 것이다.

정강정책(政綱政策)이란, '정당이 국민에게 공약하여 이루고자 하는 정책의 큰 줄기'와 그를 시행할 방책을 모은 것이다. 즉, 공화당 정강정책 2024 개정판에는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공화당이 여당으로서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갈지를 담아 놓았다. (공화당은 지난 2016 대선용 정강정책을 내놓은 바 있고, 민주당에 백악관을 내주던 2020 대선에선 정강정책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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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고 쓴 단상에 선 트럼프, 지난 18일 공화당 전당대회장. 사진 : AFP, 연합


2024 공화당 정강정책은, 공화당을 트럼프가 '완전히 장악했음'을 문서의 형태로 보여준다는 게 미국 정치 전문가들의 평가다. 내용이 어떻길래 그런지 설명하기 전에 여기서 잠깐.

'트럼프가 이제서야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트럼프는 이미 한 번 대통령을 한 사람인데, 진작 공화당을 장악한 거 아니었어?'라는 궁금증을 갖는 독자가 있을 수 있다.

기존의 공화당은 '부자', '사장님', '올드(Old) 보수', '기독교 우파', '네오콘', '작은 정부' 등의 단어들로 표상되는 사람들의 정당이었다. 트럼프는 그런 단어들로 표상되지 않는 사람들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정치에 뛰어들어 대통령이 됐다.

기존 공화당의 엘리트들과 트럼프의 대선캠프는 그래서, 종종 충돌했다. 본격적인 재선 도전에 나서면서, 트럼프는 말 안 듣는 자들을 쳐내고 공화당을 자신의 사당(私黨)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조직과 돈, 정강정책 모두를 자신의 것으로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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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차남 에릭과 그의 부인 라라 트럼프, 지난 19일 공화당 전당대회장. 사진 : AFP, 연합

경선을 주관하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에 자신의 며느리를 앉히고, 당의 CEO에 해당하는 자리에는 자신의 선거캠프 기획책임자를 앉혔다. 당의 돈을 자신의 변호사비로 끌어왔다. 당의 전통적인 선거운동 방식과 조직도 자신의 필요에 맞게 뜯어고쳤다. 사당화 프로젝트의 대미는, 당의 정강정책을 자신의 것으로 갈아 끼우는 것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공화당 정강정책에선, 들어간 내용보다 빠진 내용이 더 눈길을 끈다. 사실, 트럼프가 이번에 또 대통령이 되면 어떤 정치를 할지는 비밀이 아니다. 본인이 수도 없이 말을 했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글로도 써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정강정책에는, 공화당의 이념적 우파들이 오래전부터 신조로 삼아왔던 내용 중에 트럼프의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 삭제된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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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지' 연방법으로 금지할 것인가
대표적인 것이 '임신 중지'-즉 낙태를 금지하는 문제다. 이는 총기 규제와 함께 미국 정치에서 가장 갈등의 골이 깊은 이슈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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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금지 입법을 공화당에 압박하는 기독교 우파의 시위, 지난 1월 워싱턴DC 헌법재판소 앞. 사진 : 게티이미지

'낙태(abortion) 금지' 운동가들은 1990년대 클린턴과 2000년대 오바마 정부 하에서 이념적 보수우파의 정치적 세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는 데에도 이들의 힘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 트럼프는 강경 보수 성향의 재판관들을 대법원에 집어넣는 것으로 화답했다.

트럼프가 지명한 보수적 대법관들은 지난 2022년 6월, 여성의 임신 중지 선택권을 연방 헌법 차원의 권리로 인정했던 기존 판결('Roe vs Wade')을 파기했다. 임신 중지가 합법인지 불법인지 여부는 각 주(State)가 판단할 문제가 됐다. 그러자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주들에선 낙태를 사실상 불법화하거나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

이는 광범위한 유권자들의 큰 반발을 불렀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던 여성 유권자들까지 공화당에 반감을 표했다. 원치 않는 임신을 중지할 수 없게 된다는 건, 여성들에게 삶이 '경제적으로도' 망가진다는 걸 의미했다. 공화당은 2022년 중간선거를 망쳤다. 그 이후 간간이 열린 보궐선거나 주 단위 입법 투표에서도, 이 문제는 번번이 공화당의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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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임신중지권 무력화 결정을 앞두고 시위에 나선 여성. '나는 여성이지 자궁이 아니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2022년 5월 워싱턴DC. 사진 : 게티이미지

대선 국면이 돼서도 임신중지권 문제는 민주당이 트럼프를 공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가 됐다. 그러자 트럼프는 이 문제에 관해 보수 기독교 진영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자신이 부동층 표를 흡수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보수 기독교 진영은 임신중지권 문제를 각 주의 판단으로 돌린 데서 만족하지 않았다. 아예 임신 중지를 연방 차원에서 금지하자는 것이 그들의 오랜 주장이었다. 2016년 공화당 정강정책에는 20주 차 이후의 낙태를 연방 차원에서 금지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트럼프는 그 부분을 들어냈다. 이번 2024 공화당 정강정책에는 낙태 이슈에 대한 별도의 항목이 없다. 이 문제가 선거 이슈가 되는 것 자체를 피하고 싶다는 뜻이다. 전체 16페이지짜리 문서에서 낙태(abortion)라는 단어는 지나가듯 딱 한 번 나온다. 사회문화적 가치를 논하는 섹션에서 '임신 말기의 낙태에 반대한다'는 문장에서다. 마지못해 남겨둔 인상이다.


동성결혼에 대한 트럼프의 너그러운(?) 태도
이런 입장은 동성결혼(same-sex marriage) 문제에 대해서도 감지된다. 공화당의 전통적인 기독교 우파는 동성결혼에 반대한다. 과거 공화당 정강정책은, '결혼이란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정의를 담고 있었다.

트럼프는 이것도 2024 정강정책에서 빼버렸다. 자신의 지지 기반 안에서도 동성결혼이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인 마당에, 굳이 민주당으로부터 공격받을 이슈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다.

트럼프의 집권 플랜을 오래 취재해 온 뉴욕타임스 조나단 스완 기자는 지난 7월 11일 자 '런업(Run-up)' 팟캐스트에서, "(트럼프가) 사회적 보수파들을 불도저로 밀어버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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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공화당 정강정책 집필에는 보수 우파 시민단체의 운동가들이 다수 참여했다. 조나단 스완은, 이번엔 소수의 트럼프 측근 인사들이 차고앉아 비밀리에 업데이트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대선 압승을 위해선 중도층 접근에 장애가 되는 독소들을 감출 필요가 있는데, 보수 우파 운동가들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 "사회보장연금 한 푼도 안 깎는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작은 정부'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세금 덜 걷고 덜 쓰고, 나라 빚 덜 내고, 국가는 민간의 일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의다.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자 중에는, 복지성 지출이 급증해 나라 살림이 빚더미에 허덕인다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트럼프는 다르다. 사회보장연금 '소셜시큐리티'와 의료보험 '메디케어'를 "한 푼도 깎지 않겠다"고 2024 정강정책에 강하게 못 박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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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hyun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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