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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제2 윤석열 사태 될까”…김건희 여사 비공개 조사 놓고 ‘총장 패싱’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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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패싱 여부 판단 놓고
정치권·檢서 종일 의견충돌

대검, 총장 수사지휘권 있는
명품백까지 조사 문제 제기
중앙지검 “조사 준비했지만
실제로 진행할진 확신 못해”

조사경위 보고 받은 李총장
감찰부에 진상 파악 지시


매일경제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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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비공개 조사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직 영부인을 제 3의 장소에서 비공개 소환한 것이 특혜인지 여부와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고를 생략하고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강행한 것이 적절했는지도 쟁점으로 불거졌다.

◆ 김건희 여사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는 특혜?
가장 첨예한 논란은 이번 조사가 이례적인 ‘특혜성’인지 여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지난 20일 오후 1시 30분께부터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김 여사 대면조사를 12시간 동안 진행했다.

서울중앙지검 내부에선 비공개 소환 조사가 불가피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직 대통령 부인을 검찰이 직접 대면 조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만큼, 경호·보안 문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 청사 내에서 조사를 진행했다면 언론·시민단체 등에 포착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비공개 조사 목적이 충족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검찰 출신 A변호사는 “피고인도 아닌 참고인 신분인 영부인을 직접 검찰청사로 불러 언론에 노출시키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날 “특혜와 성역 없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한 것은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것 자체가 특혜라고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총장은 비공개 조사를 해도 좋으니, 검찰청사 내 소환 조사를 원칙으로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야당을 중심으로 “명백한 특혜성 조사”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검찰이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김 여사를 소환조사했다고 한다”며 “검찰 스스로 법 앞에 인사권자의 가족은 예외임을 보여줬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형사소송법 어디에도 조사 장소를 한정한 규정이 없다”며 “검찰청 조사를 고집하는 것 자체가 검찰총장의 독단”이라고 비판했다.

◆ 검찰청, 제3장소 놓고 총장-중앙지검장 사전 조율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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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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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은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에 대해 2주 이상 의견을 교환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7월 둘째주와 셋째주 ‘총장 주례보고’에서 이원석 총장에게 ‘제3의 장소’ 조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총장은 앞서 밝힌 ‘특혜’ 의혹을 없애기 위해 검찰청 소환을 일관되게 지시했고, 결국 중앙지검이 20일 오후 제3의 장소에서 대면조사를 강행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20일 대면조사에 대해서는 사전 보고가 없었다.

중앙지검장은 이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돼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 도이치모터스 건으로 총장에 보고하면 법 위반?
검찰총장은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수사에 관여하지 말고 결과만 보고 받도록 돼 있는 상태다. 수사지휘권은 법령에 개념이 구체적으로 정의돼 있지 않아 이번 소환조사 건에 대해서도 중앙지검장이 총장에게 보고했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의견이 갈린다. 결과 전 단계에서 소환일정까지 보고할 필요는 없다는 해석이 있는 반면, 수사내용을 보고해서는 안 되지만 대통령 배우자 처럼 중요한 사람에 대한 조사일정은 보고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대검찰청에서 문제의식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은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조사도 같은 날 미리 준비돼 진행된 것 아니냐는 점이다. 형사1부에서 수사중인 명품가방 수수 의혹은 검찰총장에게 명확히 수사지휘권이 있는 사건이다. 중요인물에 대한 소환일정은 미리 총장에게 보고되도록 돼 있다.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도이치모터스와 연계해 진행됐다는 이유로 명품가방 수수의혹 관련 소환조사까지 숨긴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검 입장이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 조사도 사전에 조율됐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중앙지검 측은 “금요일 저녁에 명품가방 수사팀도 토요일 조사 가능성을 대비해 준비를 했고, 변호인도 조사 준비를 한 것”이라며 “다만 김건희 여사 측에서 명품가방 조사를 받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수사팀은 조사가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고 이날 입장을 추가로 밝혔다.

검찰총장은 22일 오전 중앙지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지만, 사유를 설명하는 보고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이날 감찰부에 진상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대검에서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패싱하는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징계’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 검찰총장-중앙지검장 갈등 제2의 ‘윤석열-이성윤’ 사태 되나
검찰총장과 중앙지검장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제2의 ‘윤석열-이성윤’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검의 한 고위 간부는 “서울중앙지검의 정무적 판단이 어느 때보다 아쉽다”면서 “총장에게 귀띔이라도 했으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인은 “검사탄핵 등으로 야당의 공세가 거친 상황에서 검찰 조직 내부에 ‘내분’의 조짐을 만든 것 자체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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