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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트럼프 2기 경제가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까닭 [마켓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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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 107일을 남겨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27일 열린 첫번째 대선 TV 토론에서 보여준 충격적 모습을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는 대선 승리에 한발짝 더 가까워졌다. 트럼프 대세론은 지난 15일 총격 사건 이후 더 뜨거워졌다. 트럼프는 17일 이후 실시한 다섯번의 여론조사에서 연속으로 지지율 과반(51~52%)을 달성했다.

#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계 경제가 격랑에 휘말릴 공산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트럼프 경제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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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일 미시건 주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른쪽 귀에 지난 15일 총격으로 입은 부상 흔적이 보인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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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경제의 핵심은 관세 인상과 감세다. 상품에 붙이는 관세를 높여서 소득세를 대체하겠다는 얘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편적 관세를 10% 올리고, 대중對中 관세를 60%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공화당 니콜 말리오타키스 하원의원은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득세 인하분을 적대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 부과하는 관세로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이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공개한 건 반대 여론 때문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지난 6월 20일 '트럼프가 소득세를 관세로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보고서에서 "연방 소득세를 폐지하고, 이를 수입품에 엄청난 관세를 물려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주요 매체나 연구소는 모두 관세 인상분으로 소득세를 대체하는 아이디어는 현실성이 없다며 비판했다.

■ 쟁점➊ 관세 경제학=트럼프의 구상대로 정말 관세로 소득세를 대체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올해 20조 달러 이상의 개인‧법인 소득에서 2조2800억 달러의 소득세를 걷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 관세 수입은 지난해 3조1000억 달러였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트럼프의 관세 인상안(보편적 10%‧중국 60%)을 적용하면, 미국 수출업체에 대한 보복이나 경제성장 저하를 반영하지 않아도 관세 수입이 연간 2250억 달러 증가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파장도 만만치 않다. 세계 여러 나라가 트럼프 2기에서 관세를 인상하면 미국은 물론 자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독일경제연구소(IW)는 지난 3월 4일 트럼프 재집권 첫해 미국 GDP는 -1.0~-1.4%를 기록하고, 독일 GDP는 재집권 기간 내내 매년 –1.2~-1.4%포인트씩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조세재단(Tax Foundation)은 트럼프의 관세 인상으로 미국 GDP가 0.2% 축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올해 4월 "트럼프 재집권으로 한국의 총수출액은 53억~241억 달러 감소하고, 실질 GDP는 -0.27~-0.13%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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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쟁점➋ 인플레이션 수렁=트럼프 경제가 세계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깊다. 트럼프 경제는 고관세, 약달러, 저금리, 감세를 통해서 미국의 제조업을 활성화하는 게 목적이다. 일반적으로 관세가 높아지면 기업은 수입품의 가격을 끌어올려 이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한다. 수입품에 의존하는 제조업체들도 관세 상승분만큼 가격을 올린다. 이는 미국 내 물가를 자극한다. 소득세 인하, 기준금리 인하도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미국이 금리를 낮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출 위주 국가들은 기준금리를 그만큼 끌어내려서 환율을 재상승시키는 방식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많다. 수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고물가와 약달러는 이런 식으로 세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트럼프 집권 시기인 2017년 1월~2021년 1월간 달러지수는 약세였다. 2017년 2월 달러지수는 101.8이었는데, 2018년 2월에는 89.84까지 하락했고, 2021년 1월까지 90.55로 안정적이었다. 달러지수는 바이든 집권시기인 2022년 11월 10.5.93으로 정점을 찍고, 7월 22일 현재 104.27을 기록중이다.

트럼프는 자국 물가 상승 요인을 에너지 비용 인하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상쇄시키려고 한다. 트럼프의 공약집인 어젠다47은 "미국의 에너지 비용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집권기에 이미 금리 인하를 놓고 연준과 대립한 바 있다. 제롬 파월의 연준은 트럼프 임기 중에만 기준금리를 7번이나 올렸다. 그 결과, 의도치 않았지만, 트럼프 임기 중 연평균 물가 상승률은 1.9%에 불과했다.

■ 쟁점➌ 감세 효과=트럼프 2기 경제의 복병은 감세의 효과에 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관세 인상과 감세의 효과가 모든 미국인에게 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면, 전체 구매력을 오히려 낮추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어슨 국제경제연구소가 관세 수입이 7800억 달러 늘어나고, 소득세 세수가 7800억 달러 줄어들 때 경제 효과를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20% 계층만 유일하게 세후 소득이 2.2% 증가했다. 세후 소득 증감률을 보면 소득 하위 20%는 -8.5%, 소득 하위 20~40%가 –7.1%였다. 소득 상위 1%의 세후 소득은 유일하게 두자릿수 상승해 11.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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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국인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후보 사퇴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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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국 노동부의 2022년 통계를 보면 소득 하위 80%가 전체 미국 소비의 61.0%를 책임지고 있다. 트럼프의 감세정책으로 유일하게 세후 소득이 증가한 소득 상위 20%의 소비 비중은 39.0%에 머물러 있다.

이유는 공교롭게도 '관세'와 연관돼 있다. 언급했듯 관세 상승분은 상품의 가격에 포함되는데, 소득이 적을수록 상품 거래의 비중이 높다. 그런데 소비세(관세)는 간접세여서 과세 기준금액이 증가함에 따라서 적용되는 세율이 낮아져(역진성) 소득 불평등을 악화한다.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의 부담이 높다는 얘기다. 트럼프 2기의 경제정책이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을 격랑의 한복판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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