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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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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해 숨지고, 떨어져 죽고...이런 정신병원 계속 지원한 김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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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가 병원을 탈출하려다 추락해 숨지고, 다른 환자의 신체를 제압하다 질식해 사망하게 하는 등 사고가 잇따른 경남 김해의 한 정신병원 소속 의사·직원이 1심 재판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잇따른 사망 사고에도 김해시는 해당 병원을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으로 유지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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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방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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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6층서 탈출하다 추락해 사망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창원지법 형사7단독 이현주 부장판사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병원 정신과 의사 B씨(50대)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의료진·환자·안전시설물 등 병원 전반을 관리하는 병원장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8일 A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던 C씨(60대)가 사망했다. C씨는 이날 오후 5시쯤 이 병원 6층(폐쇄병동) 복도 끝의 흡연실(비상계단)에서 보호창살에 부착된 아크릴 소재의 플라스틱 창을 손으로 뜯어낸 뒤 건물 밖으로 탈출했다. 이후 C씨는 건물 외벽에 설치된 우수관을 타고 내려오다 바닥에 떨어져 숨졌다.

C씨가 ‘알콜 사용에 의한 기타 정신 및 행동장애’로 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한 지 약 3개월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C씨가 사망하기 전날에도 다른 환자가 A병원 5층에서 보호창살을 일부 훼손, 탈출하다가 추락해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다.

이 판사는 “폐쇄병동에서 치료받는 정신질환 환자는 병동을 탈출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병원장인 B씨에게는) 보호창살을 촘촘히 설치하고, 아크릴 플라스틱이 다른 충격에도 떨어지지 않도록 만들어 흡연실에서 환자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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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라인 이미지그래픽





‘근육출혈‘ 날 정도로 압박…환자 질식사



같은 날 이 판사는 또 다른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병원 소속 보호사 D씨(60대) 등 3명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들 보호사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을 보조하는 업무를 맡았다.

D씨 등 3명은 2021년 8월 21일 오후 9시40분쯤 A병원 6층에서 간호조무사가 40대 조현병 환자에게 약물을 주사할 수 있도록 약 10분 동안 몸을 제압했다. 이들은 침대에 엎드린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팔과 어깨 등 상반신을 누르고 허리와 다리를 붙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간호조무사가 약물을 주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는 숨을 거뒀다. 재판부는 D씨 등 3명이 과도하게 환자를 제압, 기도 유지와 호흡을 어렵게 만드는 등 질식해 환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D씨 등은 “피해자 기도유지와 호흡·혈액순환을 방해할 정도로 신체를 압박하지 않았다”며 “제압 행위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압과 관련된 사망’으로 볼 정황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부검 결과 사망한 환자의 양쪽 어깨 부위에서 근육 출혈이 확인될 정도로 비교적 강한 힘이 가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간호조무사가 투입한 약물이 치료 농도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급성 약물 중독 때문에 사망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도 물리력으로 환자를 제압한 뒤 엎드린 자세에서 주사할 때 기도 유지와 호흡·순환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피해야 한다고 했다. 이 판사는 “제압을 해제하자마자 피해자가 심정지에 이르렀다”며 “약물 과사용 등 심정지 발생을 의심할 다른 원인이 나타나지 않는 사정을 종합하면 제압에 따른 심정지로 사망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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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청사. 사진 김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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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사고에도 지자체 매달 500만원 지원, 왜?



잇따른 사망 사고에도 A병원은 김해시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 지정을 유지하고 있다. 김해시에 따르면 A병원 지난해 3월부터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으로 지정·운영되고 있다. 매월 500만원(연 6000만원)도 지원받는다. 다만, 평일 야간(오후 6시~오전 9시)과 휴일에도 응급 상황 시 정신질환자가 입원할 수 있도록 당직 의료인을 배치하고 병원에 보호실 2실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A병원이 지정되기 전인 2022년 김해에는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이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해 야간에 응급 정신 질환자가 발생하면, 타 지역으로 이송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김해시 관계자는 “의료법 위반은 아니어서 지정 취소할 사유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매년 정신 응급 환자가 100명 정도 발생하는데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이 있는 양산·사천·고성·밀양까지 가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며 “게다가 당직 의료진이 힘들어하고 병원 경영에 (지원금이) 큰 도움이 안 되다 보니, 정신응급당직의료기관을 지원하는 병원이 거의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A병원 지정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그전까지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김해=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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