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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일주일 사이 경찰 2명 사망…“수사관 영혼 갈아넣기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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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일주일 사이 경찰 2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경찰 내부가 들썩이고 있다. 고인 중 일부가 업무 과중에 시달렸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수사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사건 처리 건수 등 실적을 압박하는 경찰 조직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27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최근 잇따른 경찰관 사망에 대해 “수사관들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국가수사본부의 전출 전 자기사건 책임수사제도, 감찰의 고강도 점검 등 제도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 제도와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경찰직협은 기동순찰대 신설 등 조직 개편으로 인한 현장인력 부족, 사건 처리 건수 등 실적 위주의 평가 압박 등을 문제 삼았다.



잇따른 경찰 사망 사건에 경찰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날 경찰직협에 따르면, 최근 경찰 내부망에는 숨진 동료 경찰관을 애도하며 업무 과중을 호소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사이버 사건을 주로 수사한다는 한 경찰관은 “위에서 아무리 장기사건 줄여라, 보유 건수 관리해라, 사기 발생 줄이고 검거하라는 채찍질을 하고 점검을 해도 인원 증원이 없다면 수사관들 영혼을 갈아 넣어야만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더이상 주변 직원들의 안타깝고 슬픈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주로 재산범죄를 수사한다는 또 다른 경찰관은 “올해 들어 사무실 직원들이 야근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통합수사팀 사무실은 퇴근 뒤에도 늘 불이 켜져 있다”며 “1년에 휴일과 법정 공휴일을 제하고 240일 정도 출근하는데 상반기에만 1인당 사건 120건을 배당받았으니 매일 1건을 처리해야 현상 유지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서울 관악서 수사 부서에서 일하던 ㄱ(31)경위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직 ㄱ경위의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가족과 동료들은 “과중한 업무가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ㄱ경위는 사망 전 친구와 메신저 대화에서 ‘(맡은) 사건이 50개, 보완까지 53개’라고 적었다. ‘전세 사기 6건이 병합된다는데 나 어떡하니?’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은 서울 혜화서 수사 부서에서 일하는 40대 ㄴ경감이 한강에 투신했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서울 동작서 경무과 소속 40대 ㄷ경감은 지난 19일 사무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레 만인 이날 오전 사망했다. 앞서 지난 22일 충남 예산서 경비과에 소속된 20대 ㄹ경사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사망 전 주변에 업무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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