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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티몬 ‘찔끔 환불’ 재개 방침에 문 걸어 잠근 피해자들…을들의 전쟁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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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7일 오후 피해자들이 떠난 뒤 텅 빈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 사무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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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의 판매대금 미지급으로 인한 환불 사태가 ‘을들의 싸움’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티몬이 27일 오전 환불 절차를 재개할 조짐을 보이자, 티몬 사옥에서 밤새 자리를 지킨 피해자들이 추가적인 피해자 유입을 막기 위해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면서 피해자들 사이에 마찰이 빚어졌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이날 오전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불을 위한 약간의 자금 확보가 돼서 어떻게 집행할지 (피해자들에게) 간략히 설명해 드렸다”며 “아주 큰 자금이 확보된 것은 아니다. 전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현장에서 접수하신 분들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은 전날 결제금액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을 상대로 현장 환불절차를 진행하던 중 3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10억원 정도의 환불금을 집행한 뒤 돌연 회사 사정을 이유로 환불 절차를 중단한 바 있다. 권 본부장은 추가 확보된 자금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집행되지 않은 20여억원 일부라고만 설명했다.



권 본부장이 이러한 방침을 설명하자 밤새 지하 1층 사무실을 지킨 피해자들은 “회의를 진행하겠다”며 문을 걸어 잠그고 다른 피해자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티몬 쪽이 확보한 환불 자금이 한정적인 데다 언제 환불 절차가 중단될지도 모르는 만큼, 현장을 지킨 피해자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티몬 쪽은 앞서 배부한 환불 순서대로 환불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 사이에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새벽까지 대기하다가 잠깐 자리를 비운 틈에 사무실 출입이 막힌 일부 피해자들은 “왜 출입을 통제하느냐”며 항의했다. 사무실 안에서는 “집에 안 갔으면 되잖아” “순번으로 자르면 이해가 간다”는 등 피해자들 간에 고성이 오갔다.



더뎌진 환불 절차가 빚어낸 ‘웃픈 상황’은 전날 밤에도 있었다. 앞선 순번을 배정받은 피해자들은 에어컨이 나오는 쾌적한 지하 1층에서 대기하고, 뒤 순번을 받은 피해자들은 무더운 날씨나 시시때때로 쏟아지는 소나기 등 열악한 환경에서 환불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지하 1층에 있던 앞 순번 피해자들이 지상층에서 대기하던 뒤 순번 피해자들에게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등 의도적으로 배척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영화 ‘설국열차’에 빗댄 ‘티몬열차’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앞 순번 피해자를 설국열차의 ‘머릿칸’에, 뒤 순번 피해자를 ‘꼬리칸’에 비유한 것이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날 새벽 한때 지상층의 일부 피해자들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사옥 안으로 들어가려는 등의 소동이 빚었는데, 이 역시 영화 설국열차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전날 새벽 3시까지 자리를 지키다 집에 다녀 왔다는 한 피해자는 “밤샌 피해자들끼리 안에서 다 짬짜미로 나눠 먹은 것”이라며 “도대체 무슨 기준이냐. 순번대로 환불하겠다는 티몬 쪽 말도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소리쳤다.



권 본부장과 피해자들이 사무실을 떠나면서 이날 오후 12시 47분께 티몬 사옥은 폐쇄됐다. 뒤늦게 와 밖에서 줄을 서고 있던 피해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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