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로 지명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3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발언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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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해 김 내정자 지명을 발표했다. 정 실장은 “김 후보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30대를 노동현장에서 근로자 권익향상을 위해 치열하게 활동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어 김 내정자가 15~17대 국회의원, 두 차례 경기지사를 역임한 이력을 거론하며 “우리 사회에 고용노동계 현안이 산적한 이 시점에 노동 현장, 입법부, 행정부 등을 두루 경험한 김 후보자야말로 다양한 구성원간 대화, 타협을 바탕으로 노동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정 실장 발표 후 “윤 대통령의 법치주의 노동개혁은 지난 2년간 상당한 성과를 거둬 노사분규로 인한 노동손실 일수가 대폭 감소됐다”고 평가했다. 김 내정자는 이어 “노동개혁의 또다른 과제인 노동약자 보호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며 “5인 미만 사업장, 영세 중소기업, 미조직 노동자들도 결혼해 자녀를 가질 수 있는 소박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적극 도와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김 내정자 지명은 이진숙 위원장 임명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지명 때부터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안 추진을 예고했을 정도로 야당이 강하게 반대한 인물이다. 김 내정자 역시 “민주노총은 김정은 기쁨조”,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 등의 극우적 발언으로 야당과 민주노총 등과는 협상이 불가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야당이 수용할 수 없지만 문제 발언을 하는 인사들을 임명한 것은 공영 방송 경영진 교체나 노동 문제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차피 야당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며 “무게감 있고 싸움 잘하는 사람을 보내서 상임위에서 맞서 싸우자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야당과 노동계에서는 즉각 김 내정자가 반노동, 극우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윤석열 정부는 이제 경사노위로도 모자라 고용노동부 전체를,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한 부처 전체를 통째로 극우 유튜버 손에 넘기겠다는 처사”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내정자 지명을 “야권과 정면 대결”이라고 규정하며 “‘3년은 너무길다 특별위원회’, (윤 대통령) 탄핵추진위원회에 조국혁신당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 윤 대통령 탄핵과 퇴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반노동 인사 참사”라며 “‘불법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이라고 주장해 사회적 물의를 빚고 ‘무노조 저임금에 감동 받았다’는 상스러운 노동 인식을 지닌 자”라고 비판했다.
여당 내 평가는 엇갈렸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노동문제 개혁이 필요한데 야당과 민주노총의 저항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김문수를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면 한 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노동에 대한 이해가 깊은 강력한 정치인 출신이 장관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소위 말하는 뉴라이트 인사”라며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무슨 성과를 냈나. 태극기 세력을 이끌던 사람이 무슨 노동개혁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에 또다시 이념을 내세운 꼴”이라며 “총선 패배에 대한 인식이 없는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임명안도 재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주일본대사에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주호주대사에 심승섭 전 해군참모총장, 국립외교원장 후임에 최형찬 주네덜란드 대사를 임명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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