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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사설] ‘바보들의 행진’ 무한 반복 국회, 두 달 쓴 돈이 12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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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국민의힘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이 안건으로 상정되자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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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총선 공약을 위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처리됐다. 야당들은 노조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까다롭게 하는 ‘노란봉투법’도 상정했고,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 지연을 위한 24시간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이진숙 위원장 탄핵안은 개원 두 달 된 22대 국회의 7번째 탄핵안으로, 그의 취임 이틀 만에 처리됐다. ‘25만원 지원법’은 정부의 예산편성권 침해에 따른 위헌 논란이 있고, ‘노란봉투법’은 기업 재산권 침해 문제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확실하다. 민주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대응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소모전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오죽하면 여당 중진이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했겠나.

22대 국회는 오로지 정쟁과 대립으로만 치달을 뿐 민생과 합의는 0점을 면할 길이 없다. 민주당은 MBC의 영구적 노영(勞營) 방송화를 위한 방송 4법과 해병대원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면서도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된 민생 법안은 손을 놓고 있다. 16개 상임위원회 중 절반인 8개 상임위는 두 달간 단 한 건의 법안 심사도 하지 않았다. 기획재정위·산업통상위·정무위 등 주로 경제와 민생 관련 상임위들이다. 반면 법사위·환경노동위 등 4개 상임위는 특검이나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 그리고 탄핵 청문회 같은 정쟁으로 분주했다.

올해 국회 예산은 7600억원 수준이다. 4년 전 21대 국회 첫해보다 900억원가량 늘었다. 이 예산의 상당 부분은 국회의원 300명과 6500여 명의 보좌관, 그리고 국회 사무처 직원들의 급여와 인건비로 나간다. 두 달간 인건비 포함해 1200여 억원의 예산이 정쟁에 허비됐다. 지금처럼 여야가 타협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야당의 강행 처리와 여당의 필리버스터, 그리고 대통령 거부권이 반복된다면 나머지 예산도 공중으로 날아갈 것이 뻔하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통위원장 임명을 비판하면서 “국가를 정상적으로 운용할 자신이 없다면 당장에라도 정권을 반납하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에서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열더니, 이젠 지도부까지 공개적으로 대통령 탄핵을 연상시키는 ‘정권 반납’을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거부권 같은 맞대응에 머물고 있다. 지금 같은 무생산·무개념·무능력 국회가 계속된다면 세비 반납을 요구하는 국민 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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