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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구영배, 알짜 큐익스 경영권 잃나…피해보상은 수렁으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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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의 환불 및 정산 지연 사태는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해 구영배 큐텐 대표의 독단적인 경영이 주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법원의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된 상황에서 알짜 사업으로 통하는 큐익스프레스의 지분 매각 방안만이 피해보상의 지름길이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큐익스프레스의 일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구 대표 지분까지 끌어다 통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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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자택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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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의 일부 투자자들은 큐익스프레스의 경영권 인수 추진을 논의하고 있다. 즉 이번 사태로 인해 추진하던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이 어그러질 위기에 처하자 직접 경영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될 경우 큐텐그룹 지분 매각을 통해 밀린 정산대금을 갚겠다던 구 대표의 구상도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큐익스프레스가 지금까지 투자 받은 돈은 1600억원대 후반이다. 2019년 우선주에 600억원을 투자한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크레센도)와 2021년 큐텐 EB(교환사채)에 300억원과 200억원 후반을 투자한 코스톤아시아·메티스톤에쿼티파트너스(메티스톤), 그리고 지난 2021년 큐익스프레스 CB(전환사채)에 500억원을 투자한 캑터스PE·산업은행PE가 주요 FI다. 이들 중 지분율이 가장 높은 FI는 크레센도로,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꾸면 지분율이 34.2%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에 더해 나머지 FI들이 사채를 전환·교환해 보통주를 확보할 경우, 투자자 연합이 50% 이상 지분을 가져갈 수 있다.

그렇다면 큐익스프레스와 관계있는 큐텐 산하 관계사들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큐익스프레스의 직접 경영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의 이커머스 기업으로부터 배송사업을 담당하며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큐익스프레스 매출 중 큐텐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불과하다. 큐익스프레스는 동남아·일본·한국 등에서 직구 물류를 주로 담당하는데, 큐텐 산하 이커머스 기업들 외에도 이베이재팬을 비롯한 주요 고객이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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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1일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빨간색 원 안)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 박스를 들고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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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큐텐 관계사들의 물류배송 사업을 배제하더라도 경영정상화를 통해 충분히 재기가 가능한 상황이다. 그룹내 이커머스 사업은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린 만큼 사업 역량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큐익스프레스는 B2B 사업에서 추가 고객을 확보하면 나스닥 상장을 위한 준비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티메프 등 관계사들의 자금을 유용해 인수·합병을 해왔다. 큐익스프레스는 계열사들의 국내외 배송사업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큐텐의 이커머스 사업 몸집이 커질수록 매출과 실적이 함께 증가하는 구조였다. 사실상 각 계열사의 희생을 등에 업고 큐익스프레스가 성장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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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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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경영권을 잃는다고 해도 지분매각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큐익스프레스의 재무적 투자자들이 구 대표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주요 투자자들이 사채 전환과 교환, 보통주 확보로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큐텐 그룹의 지분가치는 크게 평가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굳이 큐텐의 지분이 아니더라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단 이야기다.

큐익스프레스 지분 매각이 어려울 경우 피해자들과 판매자들에게 가야 할 즉각적인 정산 및 환불금도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현재 법원의 기업회생 절차가 시작되면서 피해자들의 피해보상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티몬과 위메프의 기업회생 인가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가 이미 자본잠식 상태고,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티메프가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도 성공하려면 자금 수혈과 채권자들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신뢰를 잃어버린 기업에 자금을 태울 곳이 없다. 또 피해자들이 즉각적인 보상을 원하며 소송전으로 간 상황이라 중재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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