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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큐텐그룹 공중분해 수순···구영배 큐익스프레스 경영권도 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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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환불 지연사태로 인한 피해자들이 4일 결제대행사인 한국정보통신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 앞에서 ‘환불 보류 및 책임 회피 항의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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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큐텐 계열 국내 e커머스 3사가 모두 각자도생 방안을 모색하게 되면서 큐텐그룹이 사실상 공중분해되는 수순으로 향하고 있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자 큐텐의 핵심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에 대한 지배력도 잃을 것으로 보여 큐텐 차원의 사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의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 승인을 받은 티몬과 위메프는 각자 매각 및 투자유치 논의에 들어갔다. 티몬은 사모펀드 운용사 등과 투자 유치와 인수합병(M&A) 등 자금을 확보할 방안을 논의 중이고, 위메프도 구 대표가 내놓을 해결책만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매각을 타진 중이다. 이번 사태의 여파로 지난주부터 판매자 정산금이 밀린 인터파크커머스도 큐텐그룹을 떠나 독자경영 체제로 가기로 하고 잠재 인수자를 찾고 있다.

2022년부터 2년간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와 미국 플랫폼 위시를 차례로 인수하며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디지털커머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 대표의 구상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린 것이다. 큐텐그룹이 사실상 와해 수순으로 가게 되면서 그룹 차원에서 티몬·위메프의 회생이나 자율구조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사실상 갖기 어렵게 됐다.

구 대표는 큐텐그룹 내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물류회사 큐익스프레스에 대한 지배력도 상실할 전망이다.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은 큐텐이 65.9%, 구 대표가 29.4%를 보유하고 있어 큐텐과 구 대표의 지분을 합치면 95.3%에 달한다.

하지만 사모펀드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 등 큐익스프레스의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현재 보유한 전환사채와 우선주 등을 보통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투자금은 1600억원대로, 지분 전환 작업이 끝나면 큐텐과 구 대표 측의 지분율이 50% 아래로 떨어져 구 대표가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경영권 확보에 나선 것은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큐익스프레스의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남아·일본·한국 등의 직구 물류를 주로 담당하는 큐익스프레스는 큐텐 이외에도 이베이재팬과 아마존 등 대형 고객을 갖고 있다. 큐텐과의 거래가 끊기더라도 다른 고객을 확보하면 독자생존할 수 있고, 미 나스닥 상장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큐익스프레스는 지난달 26일 구 대표가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큐텐과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으면 큐텐의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큐텐이 투자를 유치하거나 구 대표가 큐텐 지분을 매각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자금을 만들겠다는 기존 해결책도 실현 불가능한 얘기가 된다.

이런 와중에 구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해 가칭 ‘K커머스’를 출범시키고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들이 대주주가 되도록 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계획만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판매대금을 받지 못해 도산 위기에 놓인 셀러들에게 정산금 대신 자본잠식된 회사 주식을 가져가라고 하면 대체 누가 받아들이겠느냐.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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