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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취임 안 한 공영방송 이사들도 청문회 부르겠다는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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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으로 직무정지 李위원장 등

28명 무더기로 증인 채택

”방통위, 방문진·KBS 이사 선임 불법”

與 “野, 자기들에 우호적인 공영방송 만들려 탄핵·청문회 무리수”

조선일보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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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오는 9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신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내정자 등을 불러내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정부·여당의 불법적인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밝혀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지난 2일 취임 이틀밖에 안 된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 신임 이사들도 오는 13일 공식 취임해 임기에 들어간다. 자기들이 탄핵해 직무가 정지된 이 위원장과 아직 임기가 시작되지 않아 출근도 안 하는 공영방송 이사 내정자들을 불러내 정치 공세를 벌이려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권에선 “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대통령의 헌법상 공무원 및 공영방송 임원 임명권과 행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는 지난 2일 전체회의를 열어 ‘불법적 방송 장악 관련 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의결했다. 계획서가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 표시로 퇴장했다. 민주당이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2인 방통위원 체제에서 방문진 이사진 인선안을 불법적으로 의결했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하기 수시간 전이었다.

야당은 청문회를 오는 9일 열기로 했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이 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원, 신임 방문진·KBS 이사 내정자 등 28명을 채택했다. 민주당은 이에 앞서 오는 6일에는 과방위 차원에서 과천 방통위 청사를 방문해 방문진 이사 선임안과 KBS 이사 추천안 의결과 관련한 방통위 내부 문서와 회의록, 속기록 등을 확인하는 현장 검증도 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청문회 이후에는 이들 중 정부·여당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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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현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지난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소추안’ 투표를 위해 이동하는 길에 동료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은 재적 300인, 재석 188표 중 찬성 186표, 반대 1표, 무효 1표로 통과됐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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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이 위원장이 임기 만료를 앞둔 방문진 이사(8월 12일)와 KBS 이사(8월 31일) 등 13명(방문진 6명, KBS 7명)을 새로 선임한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5명의 방통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 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원만 임명된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처리한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KBS 이사 후보 52명과 방문진 이사 후보 31명 등 83명을 7시간 만에 심사한 것도 졸속이라고 했다. 방통위가 MBC 등 공영방송 경영진을 친정부 인사들로 교체하고, 궁극적으로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불법을 자행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야당이 자기들에게 우호적인 공영방송 환경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과반 의석을 앞세워 무도한 공직자 탄핵과 청문회 소집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이 하겠다는 것은 결국 방통위원장을 취임 이틀 만에 탄핵하고, 아직 임기가 시작되지 않아 출근도 하지 않은 공영방송 이사진을 청문회에 세워 굿판을 벌이겠다는 것”이라며 “방통위와 공영방송 이사진을 길들이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행 방통위법에 따르면 방통위원 2인 이상의 요구로 회의를 소집하고 재적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할 뿐이고 이에 따르면 이번 방문진 등 이사 선임안 의결이 방통위법 위반이라는 야당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야당은 이진숙 위원장과 방문진 이사 내정자 등을 ‘국회 증언·감정법’에 의거해 불렀다. 이 때문에 증인들이 불출석하면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권에선 “여야 합의 없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개최하는 청문회는 정당하지 않다”고 반발하면서도 증인 출석 여부를 두고 법적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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