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9 (월)

실리콘 무게 줄여…가벼운 전기차 숨은 공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비즈니스 리더 ◆

매일경제

이창현 한국다우 사장이 서울 강남구 한국다우 사무소에서 회사 경영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 무게를 줄인 새로운 방열코팅제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한국다우가 해당 그룹 부품 계열사와 함께 개발해 생산 중입니다. 해외 완성차 업체에서도 주문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이창현 한국다우 사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한국다우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해 에디슨 어워드 은상, BIG 이노베이션 어워드 수상 등 전 세계적으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제품은 자동차 전장 부품 실리콘 방열코팅제다.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여러 부품을 통합 조립할 수 있도록 과열을 막는 효과가 있다. 모듈형 조립으로 부품 장착에 필요한 부피를 줄여 차량 내 공간을 넓히는 셈이다.

특히 한국다우의 신제품은 통상 자동차당 7㎏가량 사용되는 실리콘 제품의 무게를 10% 경량화해 주목을 받는다. 전기자동차는 무게를 줄일수록 주행시간을 늘릴 수 있어 결합용 나사도 접착제로 대체되고 있다.

다우는 전 세계에서 수위를 다투는 화학기업으로 31개국에서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62조원가량으로 3만590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는 반세기 전인 1967년 서울사무소를 설립하며 진출했다. 충북 진천군에 연구소와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한국다우의 핵심 사업은 실리콘이다. 1983년 LG화학(옛 럭키)과 합작을 통해 국내 실리콘 업계에 진출했다. 1984년 국내 최초로 실리콘 공장 가동, 2006년 국내 실리콘 업계 최초 1억달러 수출 달성 등의 성과를 냈다. 현재는 지분관계를 청산하고 한국다우가 독자적으로 실리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장 역시 실리콘 전문가다. 2021년 글로벌 본부의 전자 부문 실리콘 개발 총괄 디렉터를 맡았으며 지난해 4월부터는 한국다우 대표이사 사장을 겸하고 있다. 그는 한국다우의 실리콘 기술력은 국내 기업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글로벌 본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한국은 고객사와의 협력이 굉장히 원활하다"며 "요청 일정도 짧고,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도 즉각적이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 개발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협업이 수월하다 보니 다우와 마찬가지로 여러 글로벌 기업이 한국을 연구 테스트베드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리콘은 규소를 기반으로 한 고분자 화합물이다. 인체에 무해하고 자외선을 비롯해 극한의 온습도 등에 높은 내성을 가져 자동차, 전자제품, 건축, 개인위생용품 등 다양한 산업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한국다우가 개발하는 실리콘 제품도 자동차 부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 2곳과는 열폭주 방지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 배터리 내 하나의 셀에서 화재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처 다른 셀로의 전이를 막는 기술이다. 연쇄반응으로 큰 폭발 등이 일어날 우려를 제거할 수 있다. 특히 배터리 열폭주 방지 제품은 글로벌 본부 내에서 기술 주도권을 쥐기 위한 지부별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이 사장은 "회사마다 굉장히 다른 스타일로 개발하고 있고 글로벌 다우 내에서도 미국·유럽·중국 등 지부가 각각의 방식으로 연구 중"이라며 "한국다우 역시 실리콘, 폴리우레탄 등 다양한 소재를 여러 방식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다우가 개발한 제품이 글로벌 본부의 주력 홍보 사례로 이용된 적도 있다.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에 사용된 방수용 실리콘 접착제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폴더블 휴대폰을 처음 출시했을 때 글로벌 다우의 미국 뉴욕 투자자 설명회에서 다우 제품이 해당 휴대폰에 사용되고 있다고 크게 홍보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폴더블폰에 방수 기능을 갖추기 위해 한국다우가 개발·공급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 사장이 주목하는 사업은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기술이다. 인공지능(AI) 기술 확장으로 AI를 지원하는 데이터센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줄여 장비 과부하를 막고 최적 성능을 제공하는 냉각 기술도 덩달아 부상 중이다. 기존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은 공기를 이용했다. 에어컨처럼 시원한 공기를 공급하는 형태로 유지비가 비싸 새로운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다우는 액침 냉각 방식을 미래의 대안으로 제안한다. 실리콘을 활용해 장비를 유체에 담가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다. 최첨단 장비가 액체에 닿더라도 부식 및 손상이 가지 않도록 지원하는 접착제 등을 종합 해법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

대표이사 취임 1주년이 지난 이 사장은 1996년 사회생활 시작(옛 한국다우코닝)부터 한국다우와 함께한 다우맨이다. 한국다우의 기업문화에 대한 애정이 상당했다.

그는 "다우는 전 세계적으로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한다"며 "사회적 가치와 같은 공공성 있는 목표 달성 여부가 실제 성과급과 연동되는데 계산식이 모두 공개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직원들이 직접 계산해서 본인의 인센티브를 추정하고 결과적으로 얼추 다 맞힐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창현 사장 △1971년 서울 출생 △1990년 서울 남강고 졸업 △1994년 서울대 공업화학과 졸업 △1996년 한국다우코닝(현 한국다우) 입사 △2008년 다우코닝 아시아 전자소재 프로젝트 리더 △2021년 다우 컨슈머 솔루션 글로벌 컨슈머 및 전자 TS&D팀 리더 △2023년 한국다우 대표이사 사장

[김희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