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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中 허빙자오가 소중히 들어 보인 스페인 팀 배지... 올림픽 수놓은 스포츠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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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빙자오, 시상식서 스페인 배지 들고 찰칵
4강전서 부상으로 기권한 선수 위한 이벤트
조코비치, 신유빈, 엘리슨... 훈훈 장면 계속
한국일보

중국의 허빙자오가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시상식에서 오른손엔 스페인 국기 모양 배지, 왼손엔 은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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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여자 단식 은메달을 목에 건 중국의 허빙자오가 메달 기념 촬영의 순간, 손에 꼭 쥐고 있던 무언가를 들어 보이며 씩 웃었다. 스페인 국기 모양의 배지였다. 자신과의 경기 도중 입은 부상으로 올림픽 무대를 포기한 스페인 선수를 위해 시상대에 배지를 갖고 와 들어 보인 것이다. 피 튀기는 경쟁 속에서도 승패를 떠나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아름다운 스포츠 정신을 실천하는 올림피언들이 파리를 빛내고 있다.

훈훈함 자아낸 허빙자오의 배지 세리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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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허빙자오(오른쪽)가 안세영과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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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빙자오는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 안세영(삼성생명)과의 경기를 마치고 열린 시상식에서 왼손을 살짝 감아쥔 채 입장했다. 시상대에 올라 메달과 기념품을 받는 순간에도 왼손 세 손가락만큼은 꼭 접혀 있었다. 얼마 뒤 허빙자오는 이를 오른손으로 고쳐 쥐더니, 높이 들어 보인 채 포즈를 취했다. 손안에서 나온 건 작은 스페인 팀 배지였다. 허빙자오는 수상자들끼리 기념 셀피를 찍을 때까지 배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허빙자오의 이벤트는 스페인의 카롤리나 마린을 위한 것이었다. 마린과 허빙자오는 이번 대회 4강에서 만났는데, 마린이 무릎 부상으로 중간에 경기를 포기하면서 허빙자오가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당시 경기에서 허빙자오는 열세에 처해있었는데, 미안한 마음에서였는지 경기 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시상대에서 보여준 행동은 마린까지 시상식에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허빙자오는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마린은 좋은 실력의 선수다. 그의 강인한 정신을 시상대 위로 가지고 올라오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정석 같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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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허빙자오(왼쪽)가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시상식에서 오른손엔 스페인 국기 모양 배지, 왼손엔 은메달을 들고 선수들과 기념 셀피를 찍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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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의 격려, 신유빈의 포옹... 감동의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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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테니스 단식 결승전 세르비아 노박 조코비치와 스페인 카를로스 알카라스의 경기에서 조코비치가 공을 받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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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스포츠인의 축제인 올림픽답게 이번 대회에서는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는 모습들이 여러 군데에서 포착되고 있다. 남자 테니스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건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결승전에서 만난 후배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를 격려했다. 그는 경기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멋진 결승이었다. 알카라스가 멋진 올림픽을 보낸 것을 축하한다"며 "당신의 나이와 에너지, 플레이 방식을 보면 아마 앞으로 20번은 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조코비치가 차세대 스타에게 전하는 뜨거운 격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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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이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뒤 상대 선수 일본 하야타 히나와 포옹하고 있다. 파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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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약이' 신유빈(대한항공)은 일본 하야타 히나와의 여자 탁구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간절히 바라던 메달이 무산된 순간이었지만, 주저앉아 감격의 눈물을 쏟고 있는 하야타에게 악수와 포옹을 청한 것이다. 그는 이어 일본팀 감독과도 포옹을 나눴다. 신유빈은 "하야타가 모든 면에서 나보다 앞섰다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잘 알기에 인정한다"며 "또 배울 건 배워, 다음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남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4.9㎜라는 간발의 차로 금메달을 놓친 브래디 엘리슨(미국)은 승부가 정해지자마자 김우진(청주시청)의 손을 번쩍 들어 보이며 축하를 건넸다. 속상할 법도 했지만, 그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엘리슨은 자신과 김우진의 관계를 "양궁 역사상 최고의 듀오"라고 지칭했고, 김우진 역시 엘리슨과 자신이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며 화답했다. 승패가 정해졌지만, 서로를 승자와 패자가 아닌 동료로서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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