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여자 사격 10m 공기권총 은메달리스트 김예지(32·임실군청)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에게 찬사를 보낸 데 대한 소감을 밝혔다.

김예지는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 처음에 그 얘기를 듣고 안 믿었다"며 "'일론 머스크가 저를 뭐 해요?' 이러면서 '샤라웃이 뭐야?' 이랬다. '샤라웃'이라는 단어 자체도 몰랐다"고 말했다. 샤라웃은 '샤우트 아웃(shout out)'이 맞는 발음이지만 이를 그대로 한글 표기한 단어로 고마운 일이 있어 감사함을 표현하거나 존경하는 사람을 언급하고 소개할 때 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 진출한 김예지가 연습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진행자가 "지지한다, 존경한다 이런 뜻이라고 한다"고 말하자, 김 선수는 "뜻도 잘못 알고 있었다"며 "사람들이 자꾸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이러니까 그때 진짜구나 알았다"고 회상했다.

진행자가 "언제 일론 머스크와 식사 한번 하셔야겠다.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라고 농담을 건네자, 김예지는 "제가 영어를 못해서 안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김예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ｍ 여자 개인전에서 오예진(IBK기업은행)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은 영상은 올림픽 경기가 아닌,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25ｍ 권총 경기다. 당시 김예지는 42점을 쏴 세계 신기록을 세워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경기 영상에서 김예지는 모자를 뒤로 쓴 채 마지막 발을 쐈고, 차가운 표정으로 표적지를 확인한 뒤 권총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세계 신기록을 세운 순간임에도 미소는 보여주지 않았다.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는 김예지의 모습을 보고 영화 속 '킬러'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머스크는 엑스를 통해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는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미지출처=엑스(X·옛 트위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예지는 세계 신기록을 내던 순간에도 미소 짓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 많은 분이 대단하다고 이야기해 주시던데 저는 이제 다음 시합을 준비하자는 생각이 강했다"고 했다. 이어 "국제대회에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전에는 국내 시합만 뛰고 국가대표를 잠깐씩 하던 선수였는데 허무했다"며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게 허무해서 나도 목표를 가져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미친 듯이 훈련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총을 잡았다는 김예지는 "무명의 시간이 길었다. 20년 정도였다"며 "그냥 다른 일을 해볼까 했다. 어차피 내 인생은 길고 다른 일을 해도 아직 늦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도 하면서 방황의 시간을 굉장히 많이 보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20대 때인데 그런 생각을 많이 해서 일이 많았다"며 "그런데 아이를 낳고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아이가 커서 엄마를 바라봤을 때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책임감을 가지고 더 위로 올라가자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예지는 다음 목표에 대해 "일단 돌아가서 국내 대회부터 차근차근 다시 밟아갈 생각"이라며 "그리고 다음에 있을 국제대회에서 다시 여러분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