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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만물상] 선진국서 본 도서관들이 우리 동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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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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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유럽 특파원을 마치고 돌아온 선배들에게 인상 깊게 들은 얘기 중 하나가 도서관 체험담이었다. 동네에서 가장 쾌적하고 좋은 공공 시설이 도서관이라고 하는데 믿기지 않았다. 열람실에 앉아 시험 공부만 했던 게 도서관 경험의 전부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연수차 선진국에 가보고서 비로소 실감했다. 건물 디자인부터 달랐다. 우리 공공 도서관처럼 네모진 곳은 하나도 없었다. 동네 주민이 가장 많이 찾는 마을 쇼핑 센터나 체육관·수영장과 붙어 있는 것도 신기했다.

▶그곳에서 대출 카드를 만들고 무슨 책이 있나 살펴보다 책 대출은 도서관 업무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도서관은 마을 동아리 활동의 중심지였다. 독서 동아리는 그러려니 했는데 영어 회화반도 있었다. 사서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우리 동네에 정착한 이민자를 도울 목적”이라고 했다. “이런 게 선진국 도서관이구나” 싶었다. 도서관은 비즈니스 워크숍, 공연, 집회 장소 등으로도 쓰였다.

▶외국 얘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우리도 그런 도서관을 가진 나라가 돼가고 있다. 어디를 가든 냉난방 잘되는 쾌적한 공간에서 직접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갖췄다. 강원도 인제에 지난해 문을 연 ‘기적의 도서관’은 주변 군부대 장병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연다. 의정부 음악 도서관에선 음악을 들을 뿐 아니라 직접 연주도 할 수 있다. 대구의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은 독서 교실에서 책 읽는 습관을 키워준다. 건물 설계가 아름답거나 주변 경관이 수려해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도서관도 여럿이다.

▶디지털 도서관의 편리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휴대전화로 공공 도서관 앱을 내려받으면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장서 목록은 물론이고 이미 대출됐는지 여부와 대기 순번까지 알 수 있어 무작정 책 빌리러 갔다가 허탕 칠 염려가 없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도서관 장서 상당수는 디지털 파일로 저장돼 모바일로 접속해 열람할 수도 있다.

▶지난해 전국 공공 도서관 이용자가 2억200만명을 기록했다. 재작년 1억7500만명에서 1년 새 15% 넘게 늘었다. 공공 도서관은 2019년 1134곳에서 2023년 1271곳으로 늘었고 도서관 한 곳당 방문자 수도 지난해 15만9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11.9% 증가했다. 도서관이 제공하는 프로그램 참가자도 연 2700만명을 넘어서며 친숙한 생활 공간이 됐다. 우리 사회가 눈부신 발전을 이룬 분야가 한두 곳이 아니다. 도서관도 분명 그중 하나일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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