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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단독]기밀 유출 군무원 ‘간첩죄’ 적용 유력… “北과 연계성 밝혀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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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공작 안가’ 위치까지 노출한 정보사 진흙탕싸움

수뇌부 고소전서 작전명 등 드러나

‘블랙요원 유출’ 군무원 간첩죄 검토

동아일보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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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대북 공작 임무 등을 수행하는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최고 지휘부인 정보사령관(소장)과 여단장(준장)이 진흙탕 고소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공작 임무 지원 비밀사무소 및 민간 연구소 위치와 성격, 기획 공작 명칭 등까지 대거 노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정보사 군무원이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한 채 활동하는 ‘블랙요원’ 명단 등 기밀을 유출한 데 이어 이번엔 정보사 수뇌부 간 전례 없는 고소전으로 또 기밀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정보사 여단장 A 준장과 정보사령관 B 소장이 고소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외부에 알려진 고소장 등 관련 문건을 종합하면 A 준장은 서울 충정로의 정보사 영외 비밀사무실, 이른바 안가(安家)를 국방정보본부장을 지낸 예비역 중장이 이끄는 민간 연구소가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B 소장과 갈등을 빚었다.

고소장 등 문건엔 이 안가가 공작 업무 지원용으로 운용되며, 민간 연구소는 정보사 차원의 기획 공작인 ‘광개토 사업’에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점이 명시돼 있다. 정보사가 과거 대북 정보 업무를 담당했던 예비역들이 활동하는 민간 연구소와 함께 공작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이 처음 드러난 것.

이런 가운데 블랙요원 명단 등 2, 3급 기밀을 정체 불명의 중국동포(조선족)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정보사 군무원은 이르면 7일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로 송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국군방첩사령부는 이 군무원에게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더해 당초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간첩죄도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첩사가 이 군무원과 북한의 직접적인 연계성을 밝혀 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보사 진흙탕싸움
北 서버내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국정원이 포착… 6월초 군에 통보
일각 “대공수사권 이관공백 드러나”


정보사는 극비 공작 임무를 수행하는 베일에 싸인 부대다. 4성 장군인 대장 등 군 최고 지휘부조차도 정보사가 어떤 방식으로 공작 임무를 수행하는지, 공작 계획 명칭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알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정보사 장군 간 고소전을 벌이며 공개된 문건에선 정보사와 함께 공작 임무를 수행하는 민간 연구소의 대외 명칭과 가칭, 비밀 사무실에 여단 공작팀을 상주시키는 방안을 A 준장과 B 소장이 논의한 점, ‘광개토 사업(공작)’ 계획이 5가지 비문에 근거해 2월부터 추진되고 있었던 점 등이 모두 드러나 있다. ‘광개토 사업’이 어느 나라를 대상으로 한 공작인지 등은 나오진 않지만 극비로 다뤄야 할 공작 명칭과 공작에 관여하는 민간 연구소 명칭, 연구소를 이끄는 예비역 중장 이름 등이 드러난 것만으로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정보사 군무원의 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선 국가정보원이 북한 서버에 블랙요원의 구체적인 신상을 담은 명단 등의 내용이 있는 것을 확인해 군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북한 네트워크를 감시하는 국정원 관련 부서가 북한 서버에서 이런 사실을 포착해 6월 초 군에 공유한 것. 정보사는 명단 유출 사실 등을 모르다가 이후 블랙요원 상당수를 귀국시켰다.

관련 내용을 공유받은 방첩사는 해당 군무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6월 20일 진행하는 등 수사를 거쳐 이 군무원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중국동포에게 기밀을 넘긴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간첩죄 적용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현행 간첩죄는 적용 범위가 ‘적국’, 즉 북한으로 한정돼 중국 등 제3국으로 기밀을 유출한 행위에는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군 검찰에 해당 군무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당시까지만 해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정도만 적용했던 방첩사가 이번엔 간첩죄도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의 군무원과 북한의 연계성을 밝혀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기밀을 건네받은 중국동포가 북한 정찰총국이 포섭한 공작원이거나 정찰총국 소속 요원이 중국동포로 가장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공백이 이번 사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이 있었다면 대북 정보 역량과 대공 수사를 융합해 신속하게 국가 안보 위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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